장면#1. FA컵 16강전 FC서울과 수원삼성의 경기가 열린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 경기종료 막판 선수들이 몸싸움을 벌였다. 서울의 김진규가 대드는 수원 오장은의 목덜미를 밀치자 수원 선수들이 화가 났다. 오장은에 이어 동료 박현범까지 가세하며 그라운드는 일촉즉발의 전쟁터로 변했다. 감독은 물론이고 심판과 코치진까지 쏟아져 나와 난장판이 됐다.

장면#2. 장소는 그대로 서울월드컵경기장. 때는 경기 종료 후. 수원과의 '슈퍼매치'에서 0-2로 패한 서울 서포터즈가 단단히 뿔났다. 전반 페널티킥 실축에 이은 자책골까지 내주며 진 경기니 감정은 상할대로 상했을 터였다. 경기가 끝나도 그대로 집에 돌아갈 수 없었다. 성난 김에 감독의 해명이라도 듣고자 구단버스를 막아 세웠다. 몇몇은 스크럼을 짜고 땅바닥에 드러누웠고 어떤 이는 경찰차 위에 올라 소란을 피웠다. 서울 서포터즈는 경기 후 시끄럽게 장외전쟁을 벌였다.

장면#3. 수원 구단 직원이 서울 구단 직원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2군 선수단의 무료입장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것이 발단이 됐다. 수원 직원은 서울 직원의 태도를 문제 삼으며 주먹을 휘둘렀다. 곧이어 구급차가 왔고 맞은 이는 인근 병원으로 실려갔다.

질문. 각기 다른 사연을 갖고 있는 장면 중 가장 나쁜 것은?

질문이 잘못됐을 수도 있다. 누구는 1번을 택할 것이요 누구는 2번을 고를 수 있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하지만 가장 생소한 장면이 눈에 띈다. 3번은 축구장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이다.
1번 장면은 축구장 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승자와 패자가 엇갈리는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승자의 환희와 패자의 억울함이 충돌하다보면 이성이 개입할 여지가 없이 본능이 먼저 작용한다.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심판의 제재를 받는다. 왠만해서는 그 선에서 끝이 난다.
2번 장면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동서를 막론하고 축구계는 잘못된 방식으로 표출되는 팬들의 마음을 막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지구 반대편 유로 2012가 열리는 유럽에서도 러시아팬들이 경기 결과에 불만을 품고 난동을 부린 바 있다. 이에 러시아는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2016년 대회 예선 승점 6점 삭감'의 불이익을 받았다.
하지만 3번 장면은 보기 드문 장면이다.
있어서도 안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앞서 1, 2번 사례는 너그러운 관점에서 이해받을 수 있다. 단, "오죽 했으면"이라는 전제가 붙는다. 물론 그 '오죽'도 허용할 수는 없는 문제다. 하물며 축구장 밖에서 상대 직원을 때린 행위는 더더군다나 이해하기 힘들다. 앞서 나열된 3가지 장면은 축구장에서 나오지 말아야 할 장면들이다.
수원은 어떤 상황에서도 용납받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K리그 역사 속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다.
같은 상황을 두고 양측의 말이 엇갈린다. 한 가지 상황을 4가지 시선으로 풀이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라쇼몽'을 보는 듯 하다. 수원 측은 "사소한 다툼이었다. 크게 다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 측은 "사소했는데 목에 깁스를 했겠는가"라며 맞서고 있다.
설사 선수와 감독이 흥분하더라도 중재에 나서야 하는 것이 구단 관계자들의 역할이다.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모두가 흥분해 날뛴다면 경기는 어떻게 되겠는가.
이날 구단 관계자의 폭력행사는 그 최후의 보루가 무너졌다는데 깊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그럴 수도 있지'하는 순간 제2의 폭력의 씨앗은 싹을 튼다. 사후 재발방지 대책이 시급하다.
구단 직원들이 그토록 원하는 관중은 못볼 꼴을 보고 말았다. 어떻게 해서든 경기장 안으로 관중을 끌어모으려는 노력은 의미를 잃었다. K리그 관중은 수준 높은 경기를 원하지 강도 높은 폭력을 원하지 않는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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