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가 위기다. 최근 3연패를 당하면서 1위와 승차가 6게임으로 벌어졌다. 아직 절망스런 승차는 절대 아니지만, 제 페이스의 경기를 하지 못하는 입장이라 한화에 이어 두번째 낙오자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런 가운데 KIA 선동열 감독은 최근 KIA 플레이에 "납득이 안간다"는 말을 연발하고 있다. 선 감독은 "경기를 보고 있으면 납득이 안간다. 납득이. 져도 납득이 가게끔 져야하는데 본헤드 플레이로 승리를 헌납하다시피 하니, 답답하다. 차라리 초반부터 두드려 맞아 (전날처럼) 13대 0으로 깨끗하게 지는 게 훨씬 속 시원하다"고 푸념했다.
13일 목동 넥센전 패배도 선 감독 입장에서는 '납득이 안가는 패배'였다. 기선을 완벽히 제압할 수 있는 기회, 흐름을 끌어 올 수 있는 기회, 넥센의 추격의지를 꺾을 수 있는 기회를 세 번의 본헤드 플레이로 놓쳤다. 한 경기에서 병살타가 3번 나와도 이기기 어려운데, 이른바 본헤드 플레이 3개가 나왔으니 이겨도 이상한 것이다.
2-2 동점을 허용한 3회초 공격 때였다. 1사후 김원섭이 4구로 걸어나갔고 이범호의 좌월 2루타가 터져 1사 2.3루의 찬스를 잡았다. 최희섭이 3루쪽으로 강한 땅볼을 굴렸는데, 넥센 3루수 유재신이 1루로 송구하는 순간 김원섭이 홈으로 내달려 횡사했다. 1루심 원현식 심판원의 오심까지 겹쳐 더블플레이가 되면서 이닝은 종료됐다. 안치홍 나지완으로 타선이 이어진다는 것을 고려하면, 김원섭의 성급한 홈 질주는 오히려 초반 기선제압 기회를 스스로 차버린 꼴이 됐다.
5-5로 맞선 5회에도 1사 2.3루의 기회가 왔다. 타석에 들어선 나지완은 145㎞ 이상의 빠른 속구를 던지는 사이드암 한현희를 맞아 큰스윙으로 일관하다 3구 삼진을 당하는 굴욕을 당했다. 몸쪽 바깥쪽 가리지 않고 모두 배트가 따라나간 탓에 볼카운트 싸움 자체를 못했다. 잠수함 투수를 상대하는 기본 요령은 '몸쪽은 버리고, 바깥쪽 속구를 2루수 머리로 날린다는 생각으로 타격해야 한다'이다. 속구 투수인데다 밀어쳐야 하는 상황이라 '백스윙을 최대한 짧게 하는 게 포인트'다. 초등학교 야구 교본에 나와있는 타격 기초 이론인데, 나지완은 순간 '한 방'에 대한 욕심만 강한 모습이었다.
8회 상황은 급기야 선 감독에게 실소를 안겼다. 2사 2.3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김선빈이 볼카운트 3볼 노스트라이크에서 투수땅볼로 아웃된 것. 선 감독은 "3볼인데도 친다"며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스윙을 강조하고 있지만, 클린업트리오로 찬스가 이어지는 경기 후반 3볼 상황에서 굳이 스윙을 할 이유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최근 KIA의 경기 내용을 보면 유독 이같은 장면이 많다. 선 감독은 "경기를 읽는 눈이나 흐름을 끌어오는 요령 등이 없다. 승리에 대한 절박함도 없고, 근성도 떨어져 보인다. 팀 체질을 바꾸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고 털어놨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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