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은 5선발로 가야할 것 같다."
KIA 선동열 감독이 변형 6선발 체제 구상을 철회했다. 믿었던 양현종의 구위가 기대보다 떨어져 당분간 선발로 쓸 수 없다는 결론을 냈기 때문이다. 피로누적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서재응이 13일 복귀해 선발 로테이션에 재합류 하면서 5선발 체제로 돌아간다.
개막 후 두 달 가량이 지나면, 선수들이 체력저하를 호소한다. 시즌 내내 컨디션을 관리할 수 있는 베테랑들도 첫 번째 고비로 5월 말에서 6월 중순까지를 꼽는다. 한번 등판해 100개 이상의 공을 던지는 선발투수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변형 6선발 체제를 구상했다. 선발투수 한명을 로테이션에서 제외하고, 그 자리를 양현종으로 메운다는 계획이었다. 서재응이 지난 2일 문학 SK전 선발등판 이후 열흘간 휴식을 취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선 감독은 "양현종의 구위도 나쁘지만 제구가 안된다. 불펜에서 조금 더 가다듬어야 할 것"이라며 양현종 선발 복귀 프로젝트를 보류시켰다. 양현종은 지난 7일 광주 삼성전에 선발등판해 2이닝 1실점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선 감독은 "2이닝 동안 볼넷을 4개나 주는 것은 선발투수로서 실격"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불펜진도 체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박지훈과 홍성민 등 올시즌 KIA 불펜에 활력소가 되고 있는 신인투수들의 구위가 현저히 떨어졌다. 선 감독은 "체력관리에 대한 노하우가 없으니 엄청 힘들어 한다. 박지훈의 경우에는 이틀 연투도 안될 정도다. 휴식을 줘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들을 대체할 불펜자원이 없으니, 등판간격을 조절하는 수밖에 없다. 선 감독은 "일주일에 두 번 정도만 등판시키는 수밖에 없다. 하루나 이틀 휴식을 주면서 구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배려할 계획"이라고 털어놨다.
양현종을 불펜에 고정할 수밖에 없는 또다른 이유다. 선발이 일찍 무너졌을때는 물론, 마무리 한기주로 연결해주는 과정에 양현종을 중용해 구위와 자신감을 모두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선 감독은 "계속 험난한 시즌이다. 생각대로 돼 가는 게 하나도 없다"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호남신문 기자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