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33·넥센)이 피식 웃었다. 한 경기 사사구 8개가 스스로도 황당하다는 의미의 웃음이었다.
김병현은 2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전날 선발 등판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한국 무대 세 번째 선발에서 김병현은 3⅔이닝 4피안타 6실점(4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결과는 차치하더라도 과정이 무척 좋지 않았다.
초반부터 제구가 흔들리던 김병현은 사사구를 무려 8개(볼넷 7개, 몸에 맞는 볼 1개)나 내줬다. 투구수 총 90개 중 스트라이크가 46개에 불과했다. 넥센 입단 후 최악의 성적이었다.
김병현은 부진의 원인으로 근육통을 꼽았다. 한때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던 김병현이지만 지난 3년 간 실전 경험이 전무하다. 몸에 익은 버릇이 없으니 늘 알이 배기고 쉽게 풀리지 않는다. 전날도 잔뜩 알이 배긴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김병현은 "팔이 좋지 않으니 안 아프게 던지려고 리듬을 바꿨는데 잘 안됐다. 처음부터 꼬였다"고 말했다.
이어 "바깥쪽 승부를 많이 한 것은 아니고 스트라이크를 집어넣으려 했는데 공이 계속 빠졌다. 안타를 맞았으면 차라리 나았을텐데 어이가 없더라. 사사구 8개를 내준 것을 보고 '내가 지금 뭐하고 있나'는 생각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전했다. 오랜 수비 시간으로 불필요한 힘을 소모하게 한 것에 대한 자책이었다. 김병현은 "3연전 중 첫 번째였고 중요한 경기였다. 잡아줬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수비 시간이 길어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차피 김병현이 처음부터 전성기 기량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했던 이는 많지 않았다. 코칭스태프는 물론 본인 역시 어느 정도 시행착오는 예상했다.
그래서인지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며칠 쉬어보고 언제 등판할 지 감독님과 상의해보겠다"고 말한 김병현은 "일단 나는 무조건 부딪히는 스타일"이라며 재차 각오를 다졌다.
김시진 감독은 "성적도 중요하고 (김)병현이가 잘 던지면 좋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던진 뒤 회복속도"라며 "병현이는 당장 올해가 아니라 내년과 그 이후 꾸준히 승리를 챙겨줄 선수다. 무리시킬 이유가 없다"고 변함없는 신뢰를 보였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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