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말고 던지자는 생각 뿐이었어요. 신인 때 마운드에 올랐을 때랑 느낌이 같았어요. 마운드에 섰다는 것 자체가 전율이었어요."
지난해 10월29일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 이후 217일만에 오르는 1군 마운드였다. 정규시즌 경기로 따지면 더 멀어진다. 지난해 10월3일 대구 삼성전 이후 243일만의 1군 경기 등판이었다.
기나긴 재활 끝에 오른 마운드에서 '비룡군단 에이스' 김광현(24·SK 와이번스)은 희망을 던졌다.
김광현은 2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서 5이닝 동안 2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복귀전을 앞두고 SK 이만수(54) 감독이 정한 한계투구수(80개)에 1개 모자란 79개의 공을 던진 김광현은 42개를 스트라이크존에 꽂아넣었고, 4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3회 이후 제구가 흔들려 볼넷은 3개를 내줬다.
김광현은 이날 호투로 복귀전에서 시즌 첫 승을 거뒀다. 야수들의 호수비와 김광현의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올라 각각 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최영필, 박희수의 호투가 김광현의 승리를 도왔다.
왼 어깨 부상으로 올해 초부터 재활에 매진해온 김광현은 지난해 6월12일 잠실 두산전 이후 356일만에 승리를 품에 안았다.
김광현은 "수비가 도와주고 뒤이어 나온 투수들이 잘 던져줘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운이 따라줘 출발이 좋았다"며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며칠만의 등판인지, 며칠만에 거둔 승리인지는 그의 머릿속에 들어있지 않았다. 힘겹게 돌아온 마운드를 다시 떠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만이 그의 머릿속에 가득했다.
그는 "아프지 말자는 생각 뿐이었다. 신인 때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마운드에 섰다는 것 자체가 전율이었다.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80개 이내에서 5회까지는 버티자는 생각이었다. 구종 같은 것을 생각할 겨를은 없었다. 아프지 말고, 재미있게, 즐겁게 던지자는 생각 뿐이었다"고 전했다.
재활을 하는 동안 김광현은 코칭스태프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면서 "기회를 많이 주신 것에 감사하다. 지난해부터 별로 좋지 않았는데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격려를 많이 해주셔서 자신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2군 성적이 좋지 않았던 것에 대해 "공이 좋지 않다고 기죽지 않고 '나는 공이 좋다'고 최면을 걸었다"고 덧붙였다.
김광현은 이날 등판에서 아쉬움도 컸다고 털어놨다. 이날 자신의 투구에 김광현이 매긴 점수는 "0점"이었다. 김광현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한창 좋았을 때를 생각하면 바닥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김광현은 "3회 이후 공에 힘이 떨어져 아쉬웠다. 이겨서, 마운드에 올라서 좋기는 했지만 그런 부분은 아쉬웠다"며 "3회 이후 힘들다는 기분이 들었다. 마운드 위에서 '힘드네'라는 생각을 한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김광현은 희망을 이야기했다. 김광현은 "러닝을 많이 뛰면서 체력을 더욱 끌어올리고 투구수도 조금씩 늘려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자신감도 조금씩 찾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SK 이만수(54) 감독은 "김광현이 돌아와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다. 앞으로 다치지 않고 한 시즌을 계속 던져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SK 성준(50) 투수코치는 "김광현이 79개를 던지며 5이닝을 막아내고 승리까지 따내 담당 코치로서 기분이 좋다. 위기가 왔지만 잘 넘겼고, 이 때문에 자신감도 커졌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3회 이후 구위가 떨어진 것은 오랜만의 등판이라 그런 것 같다. 김광현이 극복해나가야할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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