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시절 늘 최고의 자리를 지켰던 선동열(49) KIA 타이거즈 감독은 투수 조련의 1인자로 꼽힌다. 선수 때의 경험을 살린 맞춤형 지도로 여러 제자들을 리그 수준급 선수로 발돋움 시켰고 삼성 라이온즈 최강 불펜진의 밑그림을 그려 놓은 이도 선 감독이다.
선 감독은 지난 30일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2009년 삼성 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막판까지 롯데 자이언츠와 4위 싸움을 하던 삼성은 한창 중요할 시기 안방 3연전을 치렀다. 1승이 아쉬웠던 경기였지만 상황은 썩 좋지 않았다. 특히 추구하던 불펜 야구의 핵인 안지만과 권오준의 부상 공백이 걱정스러웠다.
선 감독은 "안지만과 권오준이 빠져 불펜에 정현욱과 권혁 2명 밖에 가동할 수 있는 인원이 없었다. 그런데 그 2명도 과부하가 걸린 상태였다"고 회상했다.
고심 끝에 선 감독은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무리하게 4위 싸움을 벌이지 않겠다는 뜻을 그룹에 전달한 것이다. 감독으로서 쉽게 꺼낼 수 있는 말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삼성은 1위를 지향하는 그룹이다.
결국 삼성은 그해 준플레이오프 티켓을 롯데에 넘겨줬고 1997년부터 이어져 온 포스트시즌 연속 진출 기록도 '12'에서 막을 내렸다.
선 감독은 "무리를 했다면 권혁과 정현욱의 선수생활은 끝날 수도 있었다. 4위해서 준플레이오프를 올라가도 3연패로 질 것이 눈에 보였다"며 "김응룡 사장께 직접 뜻을 밝혔더니 알아서 하라고 하셨다. 그때 팬들이 왜 불펜 투수들을 안 쓰느냐고 원성이 엄청났다"고 떠올렸다.
절치부심한 삼성은 이듬해 준우승을 차지하더니 작년 한국시리즈와 아시아시리즈를 연거푸 제패했다. 비록 2009년 삼성은 혹독한 실패를 맛봤지만 미래를 지향한 선 감독의 인내는 성공적이었다.
3년이 지나 고향팀으로 옮긴 선 감독은 여전히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아직은 힘에 부치지만 곧 나아질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팀을 운영 중이다.
중심에는 대졸신인 박지훈이 있다. 17경기에 던져 2승1패5홀드 평균자책점 2.13이다. 동기생들에 비해 지명도가 떨어졌던 박지훈은 어느 덧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떠올랐다.
박지훈은 4월부터 꾸준히 기회를 부여 받고 있다. 처음에는 점수차가 벌어진 경기에서 시작하더니 이제는 필승카드가 됐다. 구위도 몰라보게 좋아졌다.
물론 2009년과 마찬가지로 막무가내 등판은 아니다. 1주일 3일 초과 등판도 없고 3일 연투도 최대한 자제시킨다는 것이 선 감독의 계획이다.
선 감독은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면 절실함이 있다. 자주 등판시키면 성장하는게 눈에 보인다. 뿌듯하다"며 웃었다. 이어 "4월에는 기존 투수들에게 기회를 줬지만 똑같은 실수를 계속 반복했다. 그래서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 지훈이는 이기는 경기에 나올 정도로 많이 성장했다"고 흡족해했다.

호남신문 기자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