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승78패3무(넥센)'vs '49승82패2무(한화)', '59승72패2무(한화)' vs '51승80패2무(넥센)'
2010년과 지난해 한화 이글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성적표다. 2010년 넥센은 7위, 한화는 최하위였다. 지난해에는 한화가 조금 사정이 나았다. LG 트윈스와 공동 6위로 시즌을 마쳤다. 넥센은 최하위였다.
몇 개월이 지난 현재 두 팀의 희비는 완벽하게 엇갈리고 있다.
시즌의 3분의1 이상을 치른 현재 넥센은 21승14패1무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넥센이 창단된 2008년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창단 후 처음으로 8연승을 달렸다.
반면 한화는 13승24패로 최하위다. 한화는 7위 KIA와도 3.5경기차다. 선두와 KIA의 경기차는 5.5경기차에 불과하다. 7개 구단이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홀로 뒤처져 있다.
4월에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5월 들어서 희비가 엇갈렸다.
일단 투수진이 안정되면서 힘이 붙은 넥센은 승리를 거듭하면서 선수들의 집중력이 좋아졌고, 이는 연승으로 이어졌다.
반면 총체적 난국에 빠진 한화는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악순환이 거듭됐다.
넥센은 두 외국인 투수 브랜든 나이트, 밴 헤켄이 중심을 잡아주는 가운데 선발 로테이션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시즌 초반 선발이었던 심수창, 문성현이 각각 부진과 갈비뼈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졌지만 대체 요원들이 속속 그 자리를 메웠다.
선발 진입을 기다리던 김병현이 때마침 1군에 합류했고, 문성현이 빠지면서 선발 기회를 얻은 김영민이 3경기 연속 호투하며 '유망주' 꼬리표를 뗐다.
선발진이 안정되면서 중간계투진도 빠르게 안정되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마무리투수 손승락도 11세이브를 수확하며 뒷문을 책임졌다.
타선도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파괴력을 자랑하고 있다. 5번타자로 나서는 강정호가 시즌 초반 홈런 선두로 올라서며 4번타자 못지 않은 역할을 해줬다. 강정호가 주춤하자 박병호가 타격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정수성-장기영이 이루는 테이블세터진도 넥센 타선의 파괴력에서 빼놓을 수 없다.
넥센의 4, 5월 기록을 비교해보면 마운드와 타선의 안정이 확연히 눈에 보인다. 넥센의 4월 팀 평균자책점은 3.94였지만 5월 들어 3.74로 낮아졌다. 4월 한 달 동안 팀 타율이 0.252 14홈런 85득점에 그쳤던 넥센은 5월 팀 타율 0.268을 기록했고, 24홈런을 쏘아올렸다. 득점은 107점에 달했다.
마운드, 타선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넥센은 몇 차례 어려운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면서 자신감을 장착했다. 자신감은 또 다른 승리로 연결됐다. 넥센 김시진(54) 감독은 "선수들의 자신감이 커져 이기는 방법을 알아가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반면 한화는 외국인 투수 브라이언 배스가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48.60이라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고 한국을 떠났다. 안승민도 부진을 면치 못해 불펜으로 밀려나면서 선발진이 흔들렸다.
에이스 류현진과 메이저리거 출신 박찬호, 선발로 제 몫을 하기 시작한 양훈이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는 가운데 김혁민, 유창식이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하지만 당초 불펜 요원이었던 김혁민, 유창식이 빠지면서 중간계투진에는 다소 공백이 생기게 됐다. 마무리투수도 불안했다. 데니 바티스타는 6세이브(2패1홀드)를 따냈지만 평균자책점이 4.60에 달한다. 바티스타는 15⅔이닝 동안 15개의 볼넷을 내줬다.
김태균이 일본에서 뛰다가 친정팀에 복귀했지만 타선의 짜임새는 아직 멀었다.
5번타자로 나서며 김태균의 뒤를 받쳐줘야 할 최진행이 시즌 초반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예상만큼의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테이블세터진의 활약도 아쉽다.
한화의 4, 5월 기록은 크게 차이가 없다. 두달간 한화의 팀 평균자책점은 5.15, 4.76으로 높다. 팀 타율은 4월 0.284였지만 5월에는 0.274로 낮아졌다.
넥센, 한화의 야수들의 집중력 차이도 눈에 띈다. 연달아 승리를 거두며 집중력이 높아진 넥센은 실책이 줄어든 반면 한화는 큰 차이가 없다.
넥센과 한화는 4월 한 달 동안 실책이 13개로 같았다. 5월에는 넥센이 9개로 줄어든 반면 한화는 16개로 오히려 늘었다.
특히 한화는 거듭되는 실책으로 내주는 경기가 많았다. 불안한 불펜에 실책까지 겹치면서 올 시즌 9차례 역전패를 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지난 23일에도 한화는 선취점을 내고도 1-4로 패했다. 실책으로 3점이나 내준 것이 컸다. 확실한 선발 카드 박찬호를 내고도 진 경기여서 타격이 크다.
시즌을 앞두고 평가는 한화가 더 나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다르다. 아직 시즌의 절반도 지나지 않아 섣부를 판단을 내리기는 이르지만 '같은 처지'였던 두 팀의 확연한 표정차에는 눈길이 쏠린다.
호남신문 기자ihonam@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