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에 행운과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바란다. 첼시는 늘 내 마음 속에 있을 것이다."
첼시의 '수호신' 디디에 드로그바(34)가 팀을 떠난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8년간 몸담았던 첼시와의 작별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드로그바는 23일(한국시간) 첼시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6월 말 첼시와의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에 팀을 떠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제기돼 왔던 무성한 소문들을 직접 일축했다.
드로그바는 "가장 위대했던 이야기의 마지막을 장식할 때가 온 것 같다"며 운을 뗀 뒤 "계약이 만료됐고 나는 블루스(첼시)와의 작별을 준비하고 있다. 가장 어렵고 고통스러운 결정이었다. 첼시에서 해낸 일들이 자랑스럽지만 지금이 내가 새로운 도전을 위해 떠날 적기인 것 같다"며 첼시와의 작별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자신의 거취를 밝힌 드로그바였지만 팀을 떠나는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는 못했다.
그는 "축구선수에게 있어서 팀을 떠나는 일은 인생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슬픈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며 "첼시에서 보냈던 모든 시즌들과 이곳에서 느꼈던 모든 감정들은 내 기억 속에 평생 남아있을 것이다"고 팀에 대한 애틋함을 드러냈다.
드로그바는 첼시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46)와 동료선수들 그리고 팬들에 대한 감사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이 기회를 빌려 클럽의 모든 사람들, 특히 로만과 나의 동료선수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며 "그들 중 많은 이들이 나의 진정한 친구가 돼 주었고 이제 평생친구로 남게 될 것이다. 또 이곳에 있는 동안 나를 사랑해주고 지지해준 첼시 팬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마음을 전했다.
드로그바는 지난 20일 첼시의 2011~2012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그는 챔스에서의 우승이 첼시와의 작별을 결정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드로그바는 "우리는 그동안 많은 것들을 이뤄냈고 우승 가능한 트로피를 모두 들어올렸다"며 "챔스 우승은 나를 포함한 팀의 모든 이들에게 정말 특별한 순간이었다. 지난 8년간 첼시에서 활동하며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어서 너무 자랑스럽고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경기(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의 승리는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며 "우리는 역사를 만들었고 나는 사람들이 우리의 업적을 영원히 기억해주길 바란다. (최고의 위치에 오른) 지금 순간이 팀을 떠날 가장 좋은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챔스 우승이 또 다른 도전의 계기가 됐음을 밝혔다.
드로그바의 공식 입장이 전해지자 첼시 구단 측은 그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론 골리 첼시 대표이사는 "드로그바는 이미 첼시의 '레전드'이며 앞으로도 계속 첼시의 가족으로 남을 것이다"며 "그가 첼시의 성적에 크게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첼시에서 보낸 8년 동안 그는 완벽한 프로였으며 타고난 리더로서 팀의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어 "드로그바는 챔스 우승을 이루고 난 뒤 지금이 새로운 도전을 시도할 적기라고 느꼈다고 말했다"며 "드로그바와 구단 측은 지난 며칠에 걸쳐 최종적인 결정을 내렸다. 첼시는 그의 미래에 행운이 가득하길 바란다. 그리고 선수로든 첼시의 손님으로든 스템포드 브릿지는 언제든 그를 환영할 것이다"고 변함없는 애정을 과시했다.
프랑스 올랭피크 드 마르세유(2003~2004시즌·35경기 출전 19골)에서 활약하던 드로그바는 지난 2004년 조세 무리뉴(49·레알 마드리드) 전 첼시 감독에 의해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하게 됐다.
그 뒤 첼시의 유니폼을 입고 338경기에 나서 157골을 기록한 드로그바는 첼시의 전성기를 이끈 일등공신이었다.
지금까지 프리미어리그 우승 3회(2005~2005·2005~2006·2009~2010)와 FA컵 우승 4회(2006~2007·2008~2009·2009~2010·2011~2012), 칼링컵 우승 2회(2005·2009) 등을 차지었다. 지난 20일 바이에른 뮌헨과의 챔스 결승전에서는 0-1로 뒤지던 후반 43분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린데 이어 승부차기 마지막골을 성공시키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드로그바의 활약에 힙입은 첼시는 창단 이후 첫 챔피언스리그 우승(2011~2012)을 달성하게 됐다.
한편 드로그바의 향후 거취에 대한 추측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AP통신은 23일 드로그바가 전 첼시 동료였던 니콜라 아넬카(33)가 있는 상하이 선화로 이적하게 될 것이라는 보도를해 관심을 끌고 있다.
 

호남신문 기자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