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KT와 계약기간 1년, 보수 1억원에 계약을 맺은 '국보급 센터' 서장훈(38)이 "2012~2013시즌을 마치고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서장훈은 2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KBL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2~2013시즌이 마지막이다. 어떤 일이 있든지 다음 시즌이 마지막 시즌이라는 것을 미리 밝히겠다"고 발표했다.
2011~2012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서장훈은 원 소속구단 창원 LG가 재계약을 포기해 시장에 나왔다. 서장훈은 KT와 계약을 맺고 이적했다.
서장훈은 "지난 시즌은 여러가지로 어려운 시간이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기회를 준 KT 구단과 전창진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원래 지난 시즌이 끝나면 은퇴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은 악몽 같은, 최악의 시즌이었다"며 "농구가 인생의 전부인데 지난 시즌이 마지막이라면 평생을 악몽의 기억으로 살아가야 했다. 그럴 자신이 없어 1년을 더 뛰기로 했고, KT에서 기회를 줬다"고 설명했다.
서장훈은 연봉을 모두 기부할 계획이다. 그는 "다음 시즌 연봉 1억원과 사비 1억원을 합해 총 2억원을 기부할 것이다"며 "아직 기부할 곳이 완전히 정해지지는 않았는데 모교인 연세대의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해 기부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어 "기부하는 것은 그동안 농구를 하면서 얻은 많은 것들을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차원"이라며 "유소년 농구 선수들을 위해서도 할 일이 있다면 KBL과 협의해서 방안을 찾아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장훈과의 일문일답.

- KT에 입단한 소감은.

"그동안 언론의 접촉을 피하고 오랜 시간 동안 조용히 있었는데 오늘은 제가 팀도 옮기고 말씀드릴 일이 있어서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먼저 입장부터 말하면 여러가지로 어려운 시간이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기회를 준 KT 구단과 전창진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지금 어떻게 무엇을 하겠다고 말할 입장은 아니다. 스스로 말은 아끼면서 최선을 다해서 해보도록 하겠다. 중요한 것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다음 시즌을 마지막으로 뛰고 어떤 일이 있든지 은퇴할 것이다. 이것이 마지막 시즌이라는 것을 미리 밝힌다. 다음 시즌이 끝나면 바로 은퇴할 것이다. 또 하나는 KT에서 받는 연봉 1억원과 개인 돈 1억원을 보태서 기부할 것이다. 마지막 시즌이기 때문에 그동안 농구를 하면서 얻은 많은 것들을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차원에서 하는 것이다. 기부할 곳은 완전히 정해지지는 않았는데 고민한 결과 제 모교인 연세대의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해서 기부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유소년 농구 선수들을 위해서도 할 일이 있다면 KBL과 협의해서 방안을 찾아보도록 하겠다."

- 시즌 끝나고 은퇴한다는 결심을 하게 된 이유는.

"원래 지난 시즌이 끝나면 은퇴하려고 했다. 왠만하면 은퇴하려고 했다. 지난 시즌이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면 은퇴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은 악몽 같은 시즌이었다. 개인적으로도 어려운 일이 있었다. 또 제가 하고 싶었던 마지막 해는 나 스스로를 위해서가 아니라 봉사한다는 의미로 뛰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1년을 더 연장했을 뿐이다. 다음 시즌이 끝나면 40세가 되기 때문에 잘 할 수 있더라도 뛰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 KT에서도 주전으로 뛰지 못할 수 있는데 염두에 두고 있는지.

"그런 것은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 답은 간단하다. 제가 열심히 해서 잘 한다고 하면 많이 뛸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고 하면 적게 뛰게 될 것이다. 제 스스로에게 달린 문제라고 생각한다."

- 그간 내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내가 잘 하면 많이 뛰는 것이 맞다고 말해왔다. 마지막 시즌을 앞두고도 같은 생각인가.

"지금 제 입장에서 의미있는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다. 그런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까 말씀드린대로 제 스스로 하기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해라고 이미 밝혔기 때문에 스스로 경쟁 자세나 생각이 더 강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말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지난 시즌을 겪어보고 난 이후에 그런 것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제 스스로 얼마나 잘 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 명예회복을 위해 1년을 더 뛰게 됐는데 영구결번은 어느 팀에서 받고 싶나.

"은퇴 후의 예우나 영구결번 문제를 제 입장에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안해도 관계없다. KT한테 그런 것을 요구할 입장도 아니다. 사실 제 개인적인 철학은 그런 것은 안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디서 마땅히 할 데도 없다. 제가 뭐라고 답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그런 것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나의 철학이다."

-1년 뒤 이야기가 될텐데 많은 팬들에게 선수를 그만둔 뒤에 어떤 선수였다는 말을 듣고 싶나.

"지금 당장 은퇴하는 것이 아니라서 그것까지 정리해보지는 않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은퇴 후에는 어떻게 기억이 되고 싶다는 욕심은 없다. 정확하게 정리를 안해봐서 모르겠다. 계속 기억을 해야 될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 전창진 감독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전 감독이 어떤 부분을 원해서 영입했다고 생각하나.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원해서 영입했다기보다는 제 입장을 많이 배려해주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특별히 말씀하신 것은 없다. 잘 해보자 정도 이야기해주셨다."

- KT는 아직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우승을 경험한 입장에서 젊은 선수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싶나.

"이 상황에서 '제가 가서 우승하겠습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다. 3년간 KT가 좋은 성적을 내왔고, 고유의 문화와 시스템이 있다. 거기에 방해가 되지 않고 어떻게든지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욕심을 많이 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음 시즌은 어떤 해로 만들고 싶다는 각오인가.

"지난 시즌 1년은 농구인생 25년 가운데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악몽 같은 시즌이었다. 농구는 인생의 전부인데 남은 인생을 악몽의 기억으로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1년 더 하기로 한 것이다. 또 1년 더 하게 된 가장 중요한 것은 명예회복도 중요하겠지만 가장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그동안 제가 받았던 여러가지 과분한 관심이나 얻은 것들을 마지막 해에는 조금이나마 사회에 다시 보답한다는 차원에서 뛰고 싶었다. 그것이 가장 중요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보답하겠다는 마음가짐이었다. 도저히 그런 기억으로 남은 인생을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 지난 시즌 뭐가 그렇게 힘들었나.

"누구 탓을 하지는 않겠다. 모든 것이 제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상황 자체를 농구 시작해서 첫 1, 2년을 제외하고 그런 상황을 제 스스로 느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저로서는 당황스럽고 힘들었다. 경기를 많이 뛰지 않은 그런 차원의 이야기를 떠나서 여기까지 오게 된 상황들이 제 스스로 납득이 안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이 있었다. 첫 번째는 제 잘못이다. 뭐라고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저에게는 악몽이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 은퇴를 결정할 때 누구와 상의 또는 상담을 했나.

"그런 것은 없었다. 지난 시즌을 마지막으로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었기 때문에 그런 것은 없었다. 기부하겠다는 것도 오래 전에 생각한 것이다. 고민, 상의할 이유는 별로 없었다."

- 지금 심정을 한 마디로 이야기한다면.

"KT 구단에 가서 1년을 더 뛰게 됐기 때문에 처져 있으면 안될 것 같다. KT 본사에 가서 단장님을 만나고 체육관도 보고 왔는데 다들 진심으로 환영해주시고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감사하다. KT 구단, 전창진 감독님께 너무 감사한 마음이다. 이렇게 결정하기 전까지 고민을 상당히 많이 했다. 힘든 시간들이었고,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것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생각이 많았다. 딱 한 마디로 이야기하기는 난해하다. KT에 고마운 마음이다. 여러가지 생각이 겹쳐서 뭐라고 표현하기가 힘들다.

- 추승균, 정선민이 은퇴하는 것을 보고 어떤 생각을 가졌나.

"각자 개인적인 자기만의 사정들이 있다. 나이가 같다고 단체 행동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개인적으로 (추)승균이하고는 통화를 해서 서로 이야기를 조금 했고, 각자마다 다 개인의 사정이 다르니까 그것에 대해서 뭐라고 이야기하기가 그렇다."

- 은퇴를 생각한 것이 기량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냐. 아니면 열정이 사라진 것인가.

"제가 몸담고 있는 농구계에서 그만 둘 때가 됐다고 생각한 것이다. 농구계에서 전반적으로 봤을 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때다. 어떤 환경, 여러 사람들이 생각하는 여러가지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외부적인 요인 때문에 한계를 느낀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상황들 때문에 이제는 그만해야 될 때라고 생각했다. 1년 하고 더 이상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또 팀을 옮길 수도 없는 것 아니겠는가. 전반적으로 때가 된 것 같다."

- 플레이스타일에서 변화가 있을 수 있나.

"40세가 다 돼서 농구를 새로 배울 수는 없다. 플레이와 관련된 것은 전창진 감독님이 워낙 유능하시니까 모든 것을 맡기고 전창진 감독님 지도에 따라서 하겠다. 그 선수들한테 저보고 맞추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선수들에게 내가 맞춰서 하겠다. 안되면 나이 먹어서 그렇다고 생각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