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반짝 돌풍이 아니라 지각 변동이다.
넥센이 강해졌다. 벌써 6연승이다.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롯데와 원정 3연전, 삼성과 홈 3연전을 싹쓸이하고 2위로 뛰어올랐다. 6연승은 2008년 팀 창단 후 최다 연승 타이 기록이다. 넥센은 지난해 최하위였다. 일그러졌던 영웅들은 어떻게 슈퍼 히어로로 거듭났을까. 지난겨울 친정으로 돌아온 이택근 등의 말을 빌려 달라진 넥센 분위기를 소개한다.

◇화약고 타선, 겁 없이 휘두른다

넥센은 지난주 6경기에서 48점, 평균 8점을 냈다. 중심 타선이 폭발했고, 상위 타순이 잠잠할 땐 하위 타순이 힘을 내 점수를 뽑았다. 한두 경기가 아닌 일주일 내내 타격감이 최고조에 있는 건 보기 드문 일이다. 이택근은 "어린 선수들조차 다 풀 스윙을 한다. 생각나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긍정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넥센 코칭스태프가 가장 강조하는 주문은 "아웃돼도 좋으니 자신있게 휘두르라"는 말이다. 노 피어(No Fear)와 맥이 통한다. 선수가 눈치를 보면 위축돼 자기 플레이를 할 수 없다. 넥센 선수들은 주눅 드는 게 없다. 박흥식 넥센 타격코치는 "삼진을 당한 뒤 고개 숙이고 들어오면 벌금 10만원을 내야 한다. 아직까지 벌금을 낸 선수는 없다"고 말했다. 넥센은 작전이 많지 않다. 막 치고 막 달린다. 김성근 전 SK 감독은 "예측이 안되는 팀이 가장 까다롭다"고 했다. 지금 넥센이 꼭 그렇다.

◇집중하지 않는 게 강한 집중력의 비결?

넥센 선수들 중 다수가 지난해와 비교해 달라진 점으로 꼽은 것은 팀 분위기다. 김민우는 "활발하고 밝다. 이길 때와 질 때 별 차이가 안 난다"고 말했다. 넥센은 2008년 창단 후 7위-6위-7위-8위를 했다. 패배가 압박감을 안기고 그것이 또 패배를 낳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택근은 "안되니까 열심히 했고 스트레스가 심했다. 경기 전부터 '집중, 집중'만 생각하다 오히려 흐트러졌다"고 말했다.
넥센은 고비에 약했다. 흐름을 타다가도 그게 한 번 꺾이면 추락했다. 올해는 뒷심이 좋아졌다. 넥센은 18일과 20일 삼성전에서 경기 후반 6-6, 3-3 동점을 내줬다. 하지만 곧바로 추가점을 뽑아 승리를 따냈다. 넥센은 올 시즌 역전승이 8회로 전체 1위다. 역전패는 4회로 가장 적다. 이택근은 "지금은 '릴렉스, 릴렉스'하다 경기를 하는 3시간만 딱 집중하자는 분위기다. 그게 가장 크다"고 말했다.

◇김시진 감독의 시행착오, 그리고 깨달음

2009년부터 팀을 맡은 김시진 감독은 "여러 번 실패하고 시행착오를 겪었다. 거기서 느낀 것이 이기는 경기는 투수를 적게 소모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올해 넥센은 선발진이 탄탄하다. 나가면 보통 7이닝 가까이 소화하고 있다. 원 포인트 릴리프는 사라졌다.
김시진 감독은 "투수에게 '내보낸 주자는 스스로 마무리하라'는 책임감을 부여하고 있다. 이닝이 끝난 뒤 투수를 바꾼다"고 말했다. 이런 투수 교체는 시즌 중반 분수령이 될 불펜진 관리와도 관련이 깊다. 넥센 불펜 투수 중 가장 많이 던진 선수는 14경기 18⅓이닝 투구의 김상수다. 다른 팀 승리조보다 부하가 작다. 지난해 넥센과 비교하면 불펜 투수 등판 경기는 절반 수준이다. 불펜 투수 오재영은 "1명이라도 더 쉬니 여름에 처지지 않고 1년을 볼 수 있다. 요즘은 다들 나가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안정된 선발진, 상승세가 깜짝이 아닌 이유.

넥센의 상승세를 반짝 내지 곧 사그라질 찻잔 속의 태풍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타선은 사이클이 있어 언젠가는 침묵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넥센은 타선 폭발에 가려 있긴 하지만 투수력이 그 뒤를 든든하게 받치고 있다는 걸 눈여겨봐야 한다. 6연승을 하는 동안 경기당 실점은 2.5점에 불과했다.
김시진 감독은 "나이트가 엄청나게 바뀌었고, 밴헤켄이 개막 후 괜찮다. 선수들 사이에 '둘이 있어 연패가 길게 안 간다'는 믿음이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연승이 아니라 연패를 짧게 끊느냐다"고 말했다. 상대하기 어려운 팀을 묻자 그는 "한 번씩 해봤는데 버겁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다 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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