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이범호가 돌아왔다.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손목통증을 호소, 재활군에 내려갔던 이범호는 이후 왼쪽 허벅지 근육통 등으로 두 달간 지루한 재활에 메달렸다. 5월들어 퓨처스리그에 출장하며 실전감각을 끌어 올리던 이범호는 지난 17일 대구 삼성전에 전격 합류해 20일 사직 롯데전까지 4연속경기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단순히 이름만 올린 게 아니다. 복귀전에서 변화구에 전혀 대응이 안되는 모습으로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한 이범호는 18일 사직 롯데전 마지막 타석에서 행운의 좌전안타를 뽑아내며 타격감을 찾기 시작했다. 19일에는 빨랫줄처럼 날아가는 호쾌한 홈런을 뽑아내는 등 2안타 1타점으로 복귀 3경기만에 멀티히트와 타점을 신고했다. 이날부터는 타격할 때 제대로 싣지 못하던 체중을 80% 이상 싣는 모습이 나왔다. 부상 재발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는 뜻. 그는 "바깥에서 야구를 보니 하고싶어 미치는줄 알았다"며 웃었다. 이범호는 "쳐다보고 있으면 뛰고 싶은 욕심이 생겨 오버페이스를 할까봐 멀리하려 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중계화면을 보고 있더라. 야구선수는 그라운드 위에 있어야 삶의 이유를 찾는다. 재활? 아, 정말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절실히 원하던 야구를 하게 됐으니, 이범호의 방망이도 거침없이 돌았다. 20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2점 홈런을 포함해 3안타 3타점에 도루도 신고했다. 비록 팀은 패했지만, 상대 배터리에게 '이범호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켜준 경기였다. 특히 1-4로 뒤진 7회 최대성의 152㎞짜리 직구를 받아쳐 우측 펜스를 넘겨 추격의 고삐를 당겼다. 4-6으로 뒤진 9회말에도 중전안타를 터뜨려 동점 찬스를 만들기도 했다. 롯데 포수 강민호는 경기 후 "살떨려 죽는줄 알았다"며 이범호의 존재감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범호는 "경기를 뛰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타격감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빨리 올라왔다. 팀이 연패 중이라 마음이 무거운데, 빨리 추스려서 다시 치고 올라가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해결사 부재로 시름하던 KIA 타선이 반전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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