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에 드로그바(34)가 첼시에 팀 창단 후 첫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라는 선물을 안겼다.
드로그바는 20일 오전 3시45분(한국시간)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11~2012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후반 43분 헤딩 동점골을 터뜨려 1-1 상황을 만들었고, 승부를 연장전으로 이끌었다.
이어진 승부차기에서는 다섯 번째 키커로 나서 골을 집어넣어 첼시가 4-3으로 뮌헨을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첼시는 드로그바의 활약에 힘입어 팀 창단 후 첫 챔피언스리그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지난 1905년 팀 창단 후 107년만에 이뤄낸 성과다.
이날 첼시는 지난 2004~2005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뮌헨을 꺾고 4강행 티켓을 거머쥔 좋은 기억을 되살렸다.
당시 골을 터뜨리며 첼시의 승리를 이끌었던 드로그바는 이날 경기 종료 막바지에도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며 큰 경기에 강한 해결사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2004~2005시즌 첼시의 유니폼을 입고 8시즌을 소화한 드로그바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21경기에 출전해 100골54도움을 기록했다. 그는 첼시에서 리그 우승 3회(2004~2005, 2005~2006, 2009~2010)의 영광을 누렸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동안 챔피언스리그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지난 2007~2008시즌 결승전에 올랐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에 승부차기에서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첼시는 올 시즌 리그 6위에 머무르며 4위까지 주어지는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놓쳤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 우승 자격으로 다음 시즌에도 챔피언스리그 무대에 설 수 있게 됐다.
첼시는 이날 홈 이점을 등에 엎은 뮌헨의 파상공세에 막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렇다할 득점 기회도 만들어내지 못한 채 뮌헨에 휘둘렸다.
결국 첼시는 후반 37분 뮬러에게 헤딩 선제골을 허용했다. 첼시의 패색이 짙어진 상황에서 드로그바가 구세주로 등장했다.
드로그바는 후반 42분 후안 마타가 올린 코너킥을 헤딩 슈팅으로 연결해 첼시의 골망을 갈랐다. 이 골로 승부는 다시 원점이 됐고, 연장전에 돌입했다.
하지만 연장전 시작 4분 만에 드로그바가 결정적인 실수를 하며 첼시를 패배의 위기로 몰아넣었다. 그간의 활약이 빛을 잃을 뻔했다.
드로그바는 페널티박스 안쪽으로 드리블하던 상대선수 프랑크 리베리의 발을 살짝 걸어 넘어뜨렸고, 뮌헨에 페널티킥 기회를 내줬다.
다행히 첼시 골키퍼 체흐가 키커로 나선 상대 선수 아르옌 로번의 슈팅을 선방하며 드로그바의 실수를 만회했다.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한 경기는 승부차기로 이어졌다. 드로그바는 3-3으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던 팽팽한 접전 상황에서 다섯 번째 키커로 나서 침착히 골을 성공시키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드로그바는 경기 후 '스카이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위해 몇 년 간 노력했다"며 "첼시의 정신력을 보여줬다. 우리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고 가슴 벅찬 순간을 만끽했다.
한편 드로그바는 올 시즌을 끝으로 첼시와의 계약기간이 만료된다. 재계약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따라서 FC바르셀로나(스페인) 등 타 구단들로의 이적설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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