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고 있을때 올리겠다."
넥센 김시진 감독은 9일 목동 LG전을 앞두고 김병현(33)은 "이기지 않고 지고 있을 때 올리겠다"고 못박았다.
김 감독은 심수창의 2군행과 문성현의 늑골부상으로 넥센선발진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지만, 김병현에 대해선 "서두르지 않겠다"는 전제하에 "이기고 있을 때나 박빙승부에서는 마운드에 올리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리드를 잡고 있는 상황에서 등판시키지 않겠다는 의도는 "만약 (김병현이) 점수를 내주면 또다른 투수를 올려야 한다"는 배경으로 설명했다. 만약 김병현이 마운드에서 흔들리면 한 명으로 막을걸 여러 투수가 투입되야하기에 투수운영에 문제가 생긴다는 뜻이다.
반면 크게 지고 있는 상황에 등판하게 되면 다음 경기를 위해 투수를 아낄수 있고 마운드에 선 김병현의 부담도 적다. 편한 마음에서 여러 구질을 테스트할 수 있고 1군 타자의 성향도 분석가능하다는 일종의 배려다. 모양새는 메이저리그 특급마무리 출신 패전처리 투수지만, 일단 형식을 버리고 실리를 위한 '투수명인' 김시진 감독의 포석인 셈이다.
김병현은 시범경기 1차례, 2군경기 4차례, 그리고 지난 8일 첫 1군 데뷔전을 통해 선발로테이션 합류를 위한 계단을 차근차근 밟고 있다.
"김병현은 선발"이라고 이미 밝힌바 있는 김 감독은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 예정대로 착착 준비시키고 있다. 무리 시킬 필요는 전혀 없다"며 승패와 상관없는 경기에서 회복력과 구위를 면밀히 확인중이다.
그동안 등판을 통해 김병현은 직구의 위력을 확인하며 특유의 자신감을 찾았지만, 약점 또한 드러내며 보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두산2군전에서 좌타자 상대 5할의 피안타율을 기록한데 이어 1군 첫무대 LG전에서도 좌타자 상대 연달아 안타를 얻어맞았다. 특히 1군 좌타자는 풀스윙이 아닌 배트컨트롤로 안타를 생산했다. 하지만 김병현은 곧바로 해답을 찾았다.좌타자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스플리터의 중요성이었다. 그리고 킥 할때 무게중심이 흔들리며 내딤발인 왼쪽발끝이 포수가 아닌 1루쪽으로 돌아갔고 이는 공의 위력저하와 제구 문제로 연결된 것도 확인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김병현은 "예전 생각은 하지 않겠다. 일단 부딪혀 볼 것이다. 맞을때는 맞고 잘 던질때는 잘 던지는걸 반복하며 나의 페이스를 찾아가겠다"고 다짐하며 전성기 시절은 아니지만 현재 몸상태에 최적화된 투구를 위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한차례 1군무대를 맛본 김병현은 앞으로 1~2경기에 더 출전한 뒤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할 예정이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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