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셀이 왜 악셀이라는 이름이 붙었는 줄 알아요?"
'피겨 여왕' 김연아(22·고려대)가 이번에는 체육선생님으로 변신했다. 지난 주말 열린 아이스쇼에서 남장으로 변신했던 김연아는 이번에는 체육선생님 자격으로 교단에 섰다.
김연아는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진선여고 회당기념관 내 도서관에서 있은 교생실습 수업을 공개했다.
고려대 체육교육학과 4학년에 재학중인 김연아는 4주 간 진행될 교생실습의 일환으로 첫 날인 이날 40분 가량 2학년11반 41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체육 수업을 진행했다.
공연 때나 경기 때 입던 드레스 대신 흰색 재킷에 짙은 회색 바지정장 차림을 한 김연아는 오전 9시40분부터 '피겨스케이팅 이론'이라는 제목으로 피겨스케이팅의 종류와 스케이트화의 명칭, 점프의 종류 등의 내용을 학생들에게 가르쳤다.
선망의 대상이던 김연아가 자신의 학교 선생님으로 온다는 소식에 학생들은 열광했다. 수업에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도서관 문 밖에서 연신 "김연아 사랑해요"를 외쳐댔다.
이날 첫 대면을 한 2학년 11반 학생들도 신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수업 중간중간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선생님 김연아가 말하는 한 마디 한 마디에 집중했다.
경기장과 공연장이 아닌 또 다른 곳에서 색다른 모습을 보인 김연아는 가르침의 재미에 푹빠진 모습이었다. 지난 6일까지 심혈을 기울여온 사흘 간의 아이스쇼를 마치고 피곤할 법도 한데 김연아의 표정에서는 활력이 넘쳤다.
김연아는 준비해온 자료에 맞추어 차근차근 설명했다.
처음 서보는 교단임에도 떨리는 기색 없이 여유롭게 학생들을 리드했다. 일방적인 전달이 아니라 질문을 이끌어내고 대답하는 과정에서 함께 호흡하는 수업이 이뤄졌다.
점프의 종류를 설명하던 김연아는 "악셀 점프에 이름이 왜 악셀인줄 알아요?"라고 돌발적인 질문을 했다. 잠시 생각하던 학생 한 명이 "처음 시도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악셀이에요"라고 정확히 답하자 김연아는 흐뭇한 미소를 띄었다.
김연아는 "찍어서 맞춘 것 아니에요?"라며 농담을 던져 웃음꽃이 피기도 했다.
수업의 절정은 김연아가 직접 신던 스케이트화를 꺼낸 순간이었다. 김연아는 자신의 스케이트화의 이곳저곳을 가리키며 명칭을 설명했다. 학생들은 신기한 눈초리로 바라봤다.
점프 자세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학생들이 "한 번 해봐요"라며 당찬 요구를 했다. 김연아는 맨바닥에서의 시범을 어색해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포즈까지 취해가며 학생들과 함께 녹아들었다.
몸과 말로 표현이 안되는 부분에서는 직접 준비해 온 영상을 보여주며 자세한 설명도 곁들였다. 올림픽 당시 화면과 참가했던 세계피겨선수권 대회에서의 모습에서 점프 모습만을 따로 준비해 보여줬다. 학생들의 감탄은 그칠 줄 몰랐다.
수업을 마친 김연아는 "처음 출근해 아이들 앞에서 수업을 해봤는데 많이 긴장됐다. 두서없이 말했던 것 같은데 학생들이 잘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재미있는 수업이 되도록 앞으로 더 노력하겠다. 학생들에게 좋은 선생님 이미지로 남고 싶다"고 전했다.
수업을 들은 11반 김연주(18) 학생은 "TV에서만 보던 김연아를 실제로 보니 더 예쁜 것 같다. 직접 보여준 스케이트도 신기했고 수업도 정말 재밌었다"고 칭찬했다.
11반 담임이자 체육 교과를 지도하고 있는 김승일(53) 교사는 "세계적인 선수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것 자체로도 감격스럽다. 앞으로 4주 간 옆에서 지도해야 하는데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보름 전 학교를 방문해 이것저것 질문하는 모습에서 열의를 느꼈다. 학생들의 안전사고까지 염려하는 세심함을 보였다"고 엄지를 들어보였다.
김연아의 방문 소식은 모교를 졸업한 졸업생까지 발걸음하게 만들었다.

올해 진선여고를 졸업했다는 박혜준(20), 이소영(20)씨는 "김연아가 공개 수업을 한다고 해서 일부러 왔는데 정작 수업하는 모습은 못 봤다. 끝나고 사진이라도 찍고 싶다"며 "1년 만 일찍 했으면 우리도 수업을 받았을텐데 안에서 수업받은 후배들이 정말 부럽다"고 발을 동동 굴렸다.
한편 쉬는 시간에는 김연아를 보기 위해 수백명의 전교생이 쏟아져 나와 인산인해를 이뤘다. 실로 엄청난 팬덤현상이었다.
 

호남신문 기자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