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워드 겸 센터 이승준(34)이 귀화혼혈선수 중 마지막으로 지난 7일 KBL센터에서 열린 추첨을 통해 동부 유니폼을 입게 됐다. 이로써 가드 전태풍(32.오리온스) 포워드 문태영(34.모비스) 등 귀화혼혈선수의 최종 행선지가 모두 결정됐다. 이들을 품에 안은 팀들은 모두 우승후보로 급부상했다. 검증된 실력을 지닌 귀화혼혈선수가 우승을 위한 맞춤형 퍼즐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승 해볼만 하다!

오리온스는 확실한 포인트가드 부재로 최근 몇 년간 참담한 성적을 맛봤다. 리그 최고의 포인트가드였던 김승현은 구단과의 마찰을 빚으며 전력외 선수로 분류됐다가 지난 시즌 도중 삼성으로 둥지를 옮겼다. 김영수와 박유민의 성장세는 더뎠고, 김학섭도 기대에 못 미쳤다. 지난 시즌에는 빅맨 대신 리딩 능력을 갖춘 크리스 윌리엄스를 외국인선수로 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매불망 전태풍만 바라보던 오리온스가 이제는 한시름 덜었다. 전태풍은 패싱력과 외곽슛을 갖춘 수준급 1번(포인트가드)이기 때문이다. 확실한 1번이 있으면 각 포지션별로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농구를 할 수 있고, 허일영 전정규 등 슈터들도 입맛에 맞게 찬스를 잡아 슛을 던질 수 있다.
모비스는 문태영의 가세로 3번(스몰포워드) 포지션 약점을 메울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박종천 김동우 등이 기복을 보이며 고민을 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 마음만 먹으면 경기당 20점 정도를 올려줄 수 있는 스몰포워드를 보유하게 된 것이다. 포인트가드 양동근과 파워포워드 함지훈에 문태영까지 가세한 호화진영을 구축하게 됐다. 신인 김시래가 1번으로서 어느 정도 기대에 부응한다면 양동근의 체력 부담도 덜 수 있고, 박구영까지 포함해 투가드시스템도 고려할 수 있다.
동부는 윤호영의 군입대 공백을 메울 수 있게 됐다. 이승준은 수비에선 윤호영 만큼의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김주성, 외국인 선수와 함께 트리플타워를 구축할 수 있다. 게다가 달릴 수 있는 빅맨이고, 3점도 던진다. 김주성이 함께 뛰며 수비부담을 덜어주면, 이승준의 발에 날개를 달 수도 있다.

◇남겨진 과제는?

오리온스는 프리에이전트(FA) 김동욱과 이동준 중 누굴 잡을지 고민해야 한다. 둘 모두 잡으면 좋겠지만 샐러리캡과 보상선수 문제를 생각해야한다. 전태풍을 위주로 팀 전술을 다듬어야하는 것도 과제다. 1번 없는 농구를 해오던 오리온스는, 이제 1번이 이끄는 농구를 해야 한다. 물론 후자가 더 쉽긴 하다.
모비스 역시 문태영 가세 후 공.수 활용법을 고심해야 한다. 수비와 조직력을 최우선시 하는 모비스 농구에 문태영을 적응시켜야 한다. 선수들의 잠재력을 끌어내기로 유명한 모비스 유재학 감독이 문태영을 어떻게 조련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동부는 철옹성을 구축하며 리그 최강으로 거듭난 팀이다. 하지만 이승준 가세 후에도 철옹성이 유지될 수 있어야 한다. 수비로테이션을 검토해야 한다. 이승준의 발은 느리지 않다. 하지만 적지 않은 나이에 드롭존 등을 한 시즌 내내 소화하긴 힘들 수 있다. 김주성과 번갈아 기용하며 둘의 체력을 안배할 수도 있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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