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훈(38·LG)은 1990년대 이후 한국 농구 최고의 센터로 군림했다. 그가 팀을 옮길 때마다 스카우트 전쟁이 벌어졌다.
그러나 세월을 이길 수는 없다. 이번에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서장훈이 FA 자격을 얻어 시장에 나왔지만 그를 원하는 팀이 선뜻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서장훈은 이달 말로 LG와 1년 계약이 끝난다. 지난 시즌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한 LG는 지난달 16일부터 일찌감치 팀 훈련을 시작했다. 서장훈은 훈련에 참가하지 않고 있다. 오정연 아나운서와 이혼에 합의한 뒤 칩거하고 있다. 김진 LG 감독은 “서장훈과 가끔 통화는 하고 있다. 조만간 구단과 상의해 재계약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 김 감독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서장훈이 없는 것도 염두에 두고 팀 훈련을 하고 있다. 농구 전문가들은 “문태영이 LG를 떠나 높이에 약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에서 서장훈이 뛸 가능성은 많지 않은 것 같다”고 전망하고 있다.
서장훈 역시 자신의 거취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좀 더 현역 생활을 이어가길 바라고 있다. 명예롭게 은퇴하겠다는 각오다. LG와 결별이 확정되면 친정팀 삼성이 서장훈이 갈 수 있는 팀으로 거론된다. 서장훈은 삼성에서 2002년부터 2007년까지 뛰었다. 삼성의 이상민 코치, 가드 김승현과 친분도 두텁다. 하지만 김동광 서울 신임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서장훈은 지난 시즌 안 좋은 모습을 보여 큰 메리트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삼성 구단이 영입 불가 방침을 세웠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서장훈이 백의종군해 베테랑을 원하는 '제 3의팀'으로 향할 수도 있다. 서장훈은 통산 최다득점(1만2808점), 최초 5000리바운드 기록을 보유한 백전노장이다. 전창진 KT 감독과 친분이 두텁다. 자신을 완전히 버리고 팀에 융화할 수 있다는 자세를 보인다면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
과감하게 은퇴를 선언할 수도 있다. 최근 은퇴한 74년생 동기 정선민은 "솔직히 장훈이가 욕심 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어떤 모습이 스스로에게 또 팬들에게 좋은 모습으로 남을지"라고 조언했다.

호남신문 기자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