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2군 두산전 등판을 앞둔 핵잠수함 김병현(넥센.33)이 색다른 걱정에 빠졌다. 1군 등판을 앞둔 상황에서 타자들에게 너무 안맞았다는 것이다.
김시진 감독은 "좀 맞아봐야 보완점을 찾을 것"이라고 했고 정민태 투수코치도 "호되게 얻어터지게 하겠다. 혹독하게 키울거다"라고 이미 밝힌바 있다. 방망이 맛을 봐야 국내타자의 성향과 본인의 정확한 구위점검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리 맞아봐야 정식경기에선 오히려 부담을 덜 가질거라는 배려도 숨겨져 있다.
김병현 역시 코칭스태프의 바람(?)에 부합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해 고민이다. 그는 국내무대 총 2차례 실전 무대에서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안타 하나만 내준 호투였다. 첫선을 보인 지난달 9일 롯데1군과의 시범경기에선 145km까지 나온 직구를 앞세워 1.2이닝 1피안타 2사사구 무실점을 기록했고 지난 4일 LG 2군전에선 화려한 4연속 삼진쇼를 펼치며 4이닝 무안타 무실점으로 노히트노런을 달성했다. 이 경기를 마친 후 김병현도 "많이 맞아봐야 하는데…"라며 진한 아쉬움을 표시했다.
김병현과 넥센이 주목하는 것은 실패를 통해 성공을 얻을 수 있다는 오랜 진리를 는 한편 박찬호의 반면교사에도 영향을 받은 듯 하다. 메이저저리거 맏형 박찬호(한화.39)는 시범경기에서 호된 방망이 세례를 받았다. 지난달 30일 잠실 LG전에선 5이닝 10안타(1홈런)로 8실점했을 때는 가족까지 와서 "아빠 파이팅"을 외쳤지만 몰매를 맞았다. 하지만 박찬호는 정규시즌 들어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첫 선발출장에서 승리를 따냈다.
정민태 코치는 "박찬호가 시범경기때 호되게 당한게 정규시즌의 좋은 투구로 연결된 것처럼 김병현도 얻어맞아야 약점을 찾는다"고 거듭 강조하며 "롯데 1군(9일)과 대결했을 때 내심 박살나기를 바랐다"는 솔직한 마음도 드러냈다. "잘 던진다고 자만하다 한순간에 무너지면 투수가 받는 타격이 크다"는 것이다. 잽을 여러번 맞아 단련해야 하는데 잘못하면 큰 것 한방에 쉽게 무너질수 있다는 뜻이다.
요즘 김병현은 좌타자 공략을 위한 싱커와 체인지업을 더욱 가다듬고 있고 여기에 정 코치가 현역시절 요긴하게 써먹었던 투심그립까지 배워 무기 라인업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2군경기에서 90개까지 공 갯수를 늘인 후 5월 중순 1군 데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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