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대 속에 고향팀으로 돌아온 KIA 타이거즈의 선동열 감독은 최근 심기가 불편하다.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정상 전력을 꾸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믿었던 투수진의 붕괴가 아쉽기만 하다. KIA의 선발 후보였던 윤석민-서재응-양현종-라미레스-앤서니 중 양현종과 라미레스는 부상으로 개점휴업 중이다. 게다가 공백을 메우고 있는 박경태 등은 확실한 믿음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 15일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만난 선 감독은 "투수가 잘 해야 팀이 산다.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하면 팀 성적도 1위로 끝난다. 팀 타율이 6~7위를 해도 평균자책점이 좋으면 괜찮다"며 투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16일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팀은 SK 와이번스다. SK는 팀 타율 0.239로 이 부문 6위에 불과하지만 평균자책점 1.86의 짠물 투구로 선두를 질주 중이다.
지난해 한국 시리즈에서 맞붙었던 삼성 라이온즈와 SK는 팀 평균자책점 1,2위를 나눠 가졌다.
KIA가 10번째 트로피를 거머쥐었던 2009년에는 1,2위만 바뀌었을 뿐 3~8위 팀의 평균자책점과 페넌트레이스 순위가 같았다.
선 감독은 "평균자책점이 좋으면 연패를 끊을 수 있다. 3연패를 해도 3연승을 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며 "가장 이상적인 것은 선발진이 6~7회를 버티고 중간 계투와 마무리 투수가 1이닝씩을 처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현재의 KIA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경기당 4.79점을 내주는 KIA는 평균자책점에서 한화 이글스(5.01)에 간신히 앞선 7위를 유지 중이다. 김진우의 복귀로 잠시 숨통이 트였지만 호투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때문에 삼성과 함께 2강으로 분류되던 팀은 3승4패로 중위권을 맴돌고 있다.
KIA의 초반 키워드는 '버티기'로 수정됐다. 물론 치고 나가면 좋겠지만 현재 KIA 상황에서는 '그림의 떡'이다. 선두권과의 격차를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투수진이 갖춰진 후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 선 감독의 생각이다. 그 때쯤이면 이범호, 김상현 등 거포들도 복귀할 수 있어 충분히 해볼만 하다는 자신감도 있다.
선 감독은 "지금은 다들 평준화가 돼 초반부터 벌어지면 추격하기가 쉽지 않다. 일단 5할 언저리에서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좋아졌을 때 치고 올라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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