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선동열 감독이 칼을 빼들었다. 에이스 윤석민과 베테랑 서재응 유동훈 정도를 제외하면, 마음에 드는 투수가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야수쪽도 마찬가지. 그동안은 선수들이 그라운드 밖에서 보여준 모습과 실전에서의 모습을 파악하기 위해 기회를 줬다면, 이제는 철저히 실력 위주로 선수단을 꾸릴 예정이다. 선 감독은 15일 경기후 "싹 뜯어 고치겠다"고 강조했다. 어떤 의미일까.

◇창피한 국보감독, 사사구 허용 1위 불명예

KIA는 7일 개막부터 15일 잠실 LG전까지 7경기에서 3승 4패를 기록 중이다. 기대했던 팀 방어율은 4.79로 6위에 랭크됐다. 부진한 팀 방어율보다 선 감독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한 것은 8개구단 중 가장 많은 사사구(36개)허용이다. 몸에 맞는볼이나 고의사구(각 1개)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7경기에서 4구를 34개나 내 준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과다. 8개구단 중 30개 이상의 4구를 허용한 팀은 KIA와 SK가 '유이'하다. SK는 팀방어율 1.86으로 위기관리 능력을 뽐냈지만, KIA 투수들은 4구를 내준 뒤 무너지기 일쑤였다. 선 감독은 "마운드 위에만 올라가면 얼굴 색이 변한다. 마무리캠프 때부터 따지면 6개월 째 적극적으로 승부하라, 자신있게 던지라, 귀에 인이 박히도록 설명했는데도 안된다.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전부 싹 뜯어 고쳐야 한다"고 밝혔다.

◇베테랑 유망주 기대주보다 강심장이 좋다

선수들에게는 항상 많은 수식어가 따른다. 7년 이상 꾸준히 1군 무대를 밟으면 베테랑의 칭호가 붙고, 혜성처럼 나타난 신예에게는 기대주라는 호칭이 따른다. 조금만 기회를 주면 주전 한자리를 꿰찰 것 같은 선수들은 유망주라는 이름 하에 집중 육성되기도 한다. 하지만 선 감독은 "다 필요없다"고 말했다. 그는 "뭐니 뭐니 해도 심장이 강한 선수가 최고"라고 강조했다.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기량을 펼치는 선수를 중용하겠다는 뜻이다. 선 감독은 "앞으로는 1군 경험이 있는 친구라고 해서 무조건 기용하지 않겠다. 야구에 대한 절박함, 투쟁심이 없는 선수는 앞으로 1군 무대에 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름있는 선수를 올려 실망하는 것보다 고졸, 대졸 신인 등 어린아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게 내 마음도 편하고 팀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슬기롭게 보내야 하는 4월 진짜 의미는?

개막 초반 양현종 손영민 이범호 김상현 등 투타 주축들이 줄부상으로 하차했을 때 선 감독은 "4월을 4할대 승률로만 치러도 성공작이다. 어찌됐건 슬기롭게 4월을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허투루 넘길 수 있지만, '슬기롭게 보낼 4월'에 방점이 찍힌다. 지난 7경기에서 선 감독은 박지훈 진해수 심동섭 등 젊은 투수들과 홍재호 박기남 등 백업 야수들을 중용했다. 특히 투수들은 위기상황 혹은 박빙 상황에 의도적으로 내보냈다. 젊은 선수들이 나가서 제 몫을 해주면, 자신감이라는 무기를 장착할 수 있다. 하지만 '나 아니면 대안 없다'는 생각이나, '어렵게 잡은 기회를 못해서 날리면 어쩌나'하는 부정적인 생각 때문에 가진 기량을 펼치지 못한다면 선 감독의 눈밖에 날 가능성이 높다. 선 감독은 "감독 코치들 눈치 안보고, 그라운드에서 즐기는 모습을 보고 싶다. 매사에 부정적으로 빠져드는 선수들이 아직도 보인다. 내년까지 팀 체질을 싹 바꾼다는 생각을 갖고 조금 돌아가더라도 끈질기게 선수단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슬기롭게 보낼 4월은 바로 그 시작을 의미한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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