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뜨겁게 코트를 수 놓았던 프로배구 NH농협 2011~2012 V-리그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눈부신 활약으로 나란히 소속팀을 통합우승으로 이끈 가빈 슈미트(26·삼성화재)와 마델레인 몬타뇨(29·KGC인삼공사). 시즌 종료 후 자연스레 관심은 내년에도 이들이 한국에서의 생활을 이어갈 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공통적으로 재계약 여부와 관련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인 가운데 가빈과 몬타뇨의 답변이 미묘한 온도차를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가빈은 지난 12일 대한항공과의 챔피언결정 4차전 직후 재계약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답은 항상 똑같다. 많은 사람이 내년에도 나의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것을 알지만 어느 쪽이 이로울 것인지 고향인 캐나다로 돌아가 생각해보겠다"고 결정된 바가 없음을 시사했다.
캐나다 국가대표에서 백업 라이트 공격수에 불과하던 가빈은 한국에 와서 최고의 공격수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오늘의 자신이 있기까지 만들어준 삼성화재와 신치용 감독에게 고마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난 3년 간 정규리그 MVP, 챔피언결정전 MVP는 물론 득점상, 공격상, 서브상 등 가질 수 있는 모든 타이틀을 쓸어 담으며 최정상의 자리에 오른만큼 운동선수로써 더 큰 무대에 대한 욕심은 생기게 마련이다.
실제로 가빈은 지난 시즌 종료 후 재계약과 관련해 뚜렷한 입장을 보이지 않았지만 캐나다까지 날아가 설득하러 온 신치용 감독의 노력에 3년 차 생활을 약속한 바 있다.
몬타뇨 역시 비슷한 입장이다. 가빈과 같은 해인 2009~2010시즌 인삼공사에 둥지를 튼 몬타뇨는 지난 3년 간 공격상, 득점상 정규리그 MVP, 챔피언결정전 MVP(2009~2010시즌) 등을 휩쓸며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입지를 다졌다.
몬타뇨는 올시즌에는 여자 선수 최초로 정규리그 1000득점 돌파(1076득점) 기록을 일궈냈다. 한 경기 54득점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두 번(지난해 11월12일, 12월4일)이나 세우기도 했다. 경기당 평균 36점을 쏟아내며 소속팀인 KGC인삼공사를 창단 후 첫 통합우승까지 이끌었다.
몬타뇨는 앞서 8일 팀의 창단 첫 통합 우승을 확정한 자리에서 "한 나라에 오랫동안 용병으로 있다 보면 주위에서 내게 거는 기대치가 커진다. 계속해서 더 잘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그에 대해 스스로 준비가 돼 있는지 아직은 확신이 안 선다"며 "스스로 더 잘 할 준비만 되면 계속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팬들에게 실망시켜 주기 싫다. 만일 기대치를 못 채워져 비난이 돌아오게 되면 힘들 것 같다. 지금 정상에 있다고 생각되는데 언젠가 정상에서 떨어진 뒤 팀을 떠난다면 많이 슬플 것 같다"고 열의를 갖고 설명해 가빈과는 달리 잔류 쪽에 무게감을 더했다.
삼성화재와 인삼공사는 부상 등 변수만 없다면 다음 시즌에도 이들이 팀에 남아 공격을 책임져 주기를 바라는 눈치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내년 시즌에도 가빈을 잡고 싶은데 본인이 어떻게 하려는지 모르겠다"며 욕심을 드러냈다.
박삼용 인삼공사 감독은 "특별한 계기가 없으면 몬타뇨를 잡으려 하고 있다. 몬타뇨도 잔류하길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키는 가빈과 몬타뇨가 쥐고 있다. 정상의 자리에 있을 때 최고의 모습으로 돌아설지 아니면 내년에도 한국에 남아 팬들에게 다시 한 번 화끈한 공격을 보여줄지 모든 관심은 이들에게 쏠리고 있다.

뉴시스

호남신문 기자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