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을 위해서라면 9번 타자도 괜찮습니다"
국민타자 삼성 이승엽이 개인적인 욕심을 내려놨다. 그는 3일 프로야구 미디어데이 행사가 끝난 뒤 "개인 목표는 없다. 홈런 기록보다 팀 우승이 먼저다. 팀 우승을 위해서라면 7번, 8번 타자도 상관없다. 9번 타자도 괜찮다"라고 밝혔다.
이승엽이 하위타선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삼성 류중일 감독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기 위해서다. 이승엽은 "내 이름값 때문에 타선 조정에 영향이 있으면 안 된다. 내 성적이 안 좋다면 류중일 감독님께서 부담 없이 타선을 조정해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승엽은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홈런타자다. 2003년 아시아 신기록인 56홈런을 기록하는 등 프로야구 역사에 한 획을 그었고, 수많은 구름 관중을 끌어모으며 최고의 인기를 누려왔다. 그는 올시즌 9년만에 국내 프로야구에 복귀하며 3번 타자로 다시 선을 보이게 됐다.
한편에선 걱정스러운 의견도 있었다. 이승엽이 이름값 때문에 3번 타자 자리를 꿰찬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눈빛이었다. 실제로 이승엽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무딘 타격감을 보였다. 이승엽은 "스프링캠프에서 공이 잘 안 보이더라.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 돌아온 뒤에야 타격감을 살리기 시작했다. 밸런스를 교정하고 적응속도를 높이며 시범경기 11경기에서 타율 0.429, 2홈런, 7타점으로 맹활약했다. 그의 3번 타자 보직에 대해 의구심을 품은 의견도 쑥 들어갔다. 이승엽과 최형우, 신구조화로 짜여진 삼성 타선이 더 큰 폭발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평가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승엽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는 "언제든지 내 모습이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하위타선으로 물러날 각오가 돼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승엽은 개인 목표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는 현재 국내 프로야구에서 324개의 홈런을 기록 중이다. 28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면 SBS 양준혁 해설위원이 갖고 있는 최다 홈런 기록(351)을 경신할 수 있다. 그러나 이승엽은 "신경 쓰지 않고 있다. 홈런 기록보다 우승 반지를 더 끼고 싶다"라고 밝혔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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