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즈 역사상 가장 화려한 1번타자로 꼽혔던 이종범(42)이 그라운드를 떠났다. 이종범 이후 KIA 부동의 톱타자로 자리매김한 이용규(27)는 "꾸준함을 바탕으로 KIA에 오래 남고 싶다"고 밝혔다. 바람의 후계자로, 또 하나의 레전드에 도전하겠다는 뜻이다.
이용규는 "이종범 선배님이나 이순철 수석코치님 등 타이거즈 출신 톱타자들은 불멸의 기록을 남기신 대 스타들이다. 그분들 뒤를 이어 타이거즈의 톱타자로 뛴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선배들의 업적에 누가되지 않도록 오랫동안 꾸준히 타이거즈에서 활약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작은 체구이지만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겠다. 매년 보다 나은 시즌을 치를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종범이 화려한 타격과 주루플레이가 장기라면, 그는 '커트의 달인'이다. 2010년 8월 29일 광주 넥센전에서 지금은 팀 동료가 된 박준수를 상대로 무려 20개의 공을 던지게 했다. 이 기록은 한 타자 상대 최다 투구수 신기록이 됐다. 이 후 이용규가 타석에 들어서면 이른바 '용규 놀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2스트라이크 이후가 되면 뛰어난 배트 컨트롤을 바탕으로 자신이 원하는 공이 올 때까지 커트하는 '용규타임'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는 "투스트라이크 이후가 되면 무조건 직구 타이밍에 최대한 배트스피드를 활용해 배팅하려고 한다. 직구를 노리는데 변화구가 오면 커트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커트하지 않고 쉽게 물러나면 허무하게 타석이 끝난다. 한 두개 커트하다보면 실투가 들어올 수밖에 없다. 팀을 위해 톱타자인 내가 해야 할 몫"이라고 설명했다. 커트의 달인이 된 것은 살아나기 위한 생존전략이기도 하지만, 팀 타선이 상대 투수의 구종을 파악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도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은퇴할 때까지 타이거즈에서 톱타자로 뛰면서 매시즌 120경기 이상 출장, 타율 3할, 출루율 4할, 30도루 이상을 기록하는 것이 꿈이다. 올해는 전경기 출장을 목표로 팀이 우승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 자신있다"고 밝혔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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