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영(26·정관장)이 세계랭킹 1위 청야니(23·대만)를 제치고 올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한국(계) 선수 중 첫 우승이었다.
유선영은 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의 미션힐스CC 다이나 쇼어 토너먼트코스(파72·6738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총상금 200만 달러) 최종 라운드를 9언더파 279타로 마친 뒤 연장전에서 극적인 역전 승리를 차지했다.
유선영은 올 시즌 한국 선수 중 처음 LPGA 투어 우승을 하며 생애 메이저대회 첫 우승이라는 영광을 동시에 누렸다. 한국 선수 통산 102승의 주인공에도 올랐다. 또 우승상금 30만 달러(약 3억4000만원)도 챙겼다.
그는 우승 후 캐디와 함께 '호수의 숙녀들'이라는 별칭을 가진 '포피 폰드'에 힘차게 몸을 던지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나비스코 챔피언십은 18번 홀을 끝낸 뒤 우승자는 그린 옆에 있는 연못에 몸을 던지는 전통이 있다.
유선영은 우승 직후, "우승은 생각을 하지 못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좋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중간에 미스샷도 있었는데 후반에 버디 3개를 잡아내며 선두권에 올라설 수 있었다"고 가슴 벅찬 우승 소감을 전했다.
그는 "공이 잘 맞고 있다고 생각했고 연습한대로만 치면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마음을 다스렸다. 청야니는 따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박희영(25·하나금융그룹)이 CME그룹 타이틀홀더스 우승 이후 약 5개월 만에 나온 우승이었다.
한국은 그동안 준우승 징크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시즌 첫 우승에 목말라 했다. 그 갈증을 유선영이 단 번에 해소했다.
무엇보다 세계랭킹 1위 청야니의 독주를 막고 거둔 우승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유선영은 직전 대회인 KIA클래식에서 청야니에게 막혀 준우승에 머물렀다. 하지만 바로 다음 대회이자 올 시즌 첫 메이저대회에서 바로 앙갚음하며 우승의 기쁨을 배로 늘렸다.
청야니는 올 시즌 6개 대회 중 3개 대회에서 우승을 휩쓸며 번번이 태극낭자의 우승을 가로막았다.
청야니는 지난 2월 시즌 두 번째 대회인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신지애(24·미래에셋)를 2타차 3위로 내려 앉히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 3월 RR 도넬리 파운더스컵에서는 LPGA '통산 100승 주인공' 최나연(25)을 제치고 정상에 오른 바 있다.
하지만 유선영이 청야니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하면서 한국선수들의 '청야니 공포증'은 어느 정도 가실 것으로 보인다. 반면 올 시즌 3승을 올리며 승승장구하던 청야니는 뜻밖의 패배를 당해 통산 6번 째 메이저대회 우승을 놓치며 상승세가 다소 꺾였다.
2004년 프로에 입문해 2006년 LPGA 투어에 입성한 유선영은 2010년 사이베이스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자신의 첫 우승을 기록했다. 2009년에는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아쉽게 준우승에 머무른 바 있다.
메이저대회 경험으로는 지난해 출전한 브리티시오픈에서 공동 7위에 오른 것이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이후 유선영은 이렇다 할 활약이 없다가 지난달 26일 KIA클래식에서 청야니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하며 향후 활약을 예고했다. 그리고 보란듯이 우승을 일구며 저력을 과시했다.
유선영이 우승의 물꼬를 튼 만큼 앞으로의 태극낭자들의 우승 낭보가 계속 이어질지 골프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호남신문 기자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