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마운드에 비상이 걸렸다. 거액을 주고 야심차게 영입한 FA 투수 정대현이 무릎 수술로 낙마한 데 이어 이승호까지 불안하다. 양승호 감독은 "걱정하지 않는다"며 애써 담담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승호가 지금의 모습을 이어간다면 속이 타들어갈 수 밖에 없다.
롯데는 SK에서 FA로 풀린 이승호를 계약기간 4년 총액 24억원에 영입했다. 오랜 시간 불펜투수로만 활약했던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거액이다. 그만큼 기대가 컸다. 선발과 중간을 오가는 전천후 투수의 역할이 롯데가 이승호에게 바라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시범경기에서부터 불안감을 노출하고 있다.
이승호는 지난 17일 열린 두산과의 시범경기에서 2이닝 동안 볼넷을 4개나 내주는 등 출발이 좋지 못했다. 21일 한화와의 경기에서는 1⅔이닝 동안 8안타 뭇매를 맞으며 5실점했다. 25일 LG전에서 역시 3-0으로 앞서던 9회 등판해 역전을 허용했다. 7타자를 맞아 아웃카운트 단 1개를 잡아내는 동안 안타 3개에 볼넷을 2개나 허용하며 4실점(3자책점)해 패전투수가 됐다.
시범경기이기 때문에 승패가 중요하지는 않다. 하지만 단순히 점수를 주고 패전으로 기록된 게 문제가 아니다. 구위 자체가 1군용으로 보기 힘들다. 한화전 최고 구속이 130㎞대 중반에 그친데 이어 LG와의 경기에서도 137㎞에 그쳤다. 본인은 답답한 마음에 LG전이 끝난 후 100개가 넘는 공을 던지며 페이스를 끌어올리려 애썼지만 냉정히 봤을 때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올시즌 스프링캠프에서의 훈련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점이다. 롯데에서 투수 전력분석을 맡고 있는 김만윤 기록원은 "이승호는 공을 많이 던지면 던질수록 몸이 만들어지는 스타일"이라며 "FA 계약 등을 이유로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스프링캠프가 끝나갈 무렵 피칭을 시작했다. 몸을 완벽히 끌어올리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다"고 진단했다. 특별히 아픈 곳이 있거나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기에 크게 걱정할 부분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프로에게 '시간이 부족했다'는 변명은 필요 없다. 많은 돈을 받고 입단한 만큼 개막 때부터 팀에 공헌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개막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지금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이름값으로만 1군 마운드에 설 수는 없는 일이다. 양 감독은 이에 대해 "지금 구위라면 1군 경기에 투입시킬 수 없는 것은 확실하다"며 "만약 개막 때까지 몸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꼭 이승호를 고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호가 2군에서 개막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만약 이승호마저 2군으로 추락한다면 롯데가 60억원을 들여 영입한 정대현, 이승호 카드를 모두 꺼내들 수 없게 된다. 이대호, 장원준이 빠져나갔지만 롯데가 올시즌 장밋빛 전망을 내세울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 두 선수의 영입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시작부터 엇박자가 된다. 양 감독은 이에 대해 "대체할 좋은 선수들이 많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실제로 시범경기에서 김성호, 박동욱 등 신예 투수들이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어디까지나 신예들이다. 1군 무대에서 검증되지 않아 활약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뒷문 불안'은 항상 롯데에 따라다니는 꼬리표였다. 거물급 투수 2명의 영입으로 올해는 이 꼬리표를 떼나 싶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만 놓고 보면 전망이 그리 밝아보이지는 않는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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