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년생으로 6살 딸과 5살 아들을 둔 직장맘 A(35)씨는 둘째 아이의 ‘태블릿 PC 게임 중독’ 증세에 골치다. 첫째 딸이 어린이집 단체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기에 이 아이를 집중적으로 돌보려 둘째 아들을 친척집에 수시로 맡겨 놓게 된 게 발단. 그 사이 첫째 딸의 정서적 문제는 많이 호전됐지만 둘째 아들에게서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발생했다. 친척집에 갔을 때, 초등학생 사촌형들과 컴퓨터나 태블릿 PC 등을 함께 갖고 놀게 되면서 어느새 태블릿 PC 게임에 통제하기 힘들만큼 빠져든 것이다. 가만히 내버려두면 5∼6시간도 하고 못하게 하면 떼를 쓰는데, 울면서 소리치고 너무 심하게 울어 토하기도 한다. 이렇게 된 게 결국 자신의 책임이라는 자책감에 후회도 해보고 아이를 달래도 봤지만 뒤늦은 노력은 역부족이었다. 끝내는 전문상담기관의 문을 두드릴 수 밖에 없었다.

#부모의 맞벌이로 7살 B군은 유치원이 끝나면 할머니와 함께 부모가 귀가할 때까지 시간을 보낸다. B군 집은 일반적인 맞벌이 가정으로 경제적으로 두드러진 어려움은 없다. 부모가 모두 회사원으로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스마트 기기를 많이 활용하는데, 퇴근하고 나면 피곤하기도 하고 해서 아이에게 이를 던져주고 혼자 놀게 하는 시간이 많았다. 하지만 낮 시간 아이를 돌봐야 하는 할머니는 부모가 두고 간 태블릿 PC를 끌어안고 있는 손자 때문에 속상한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할머니의 하소연에 뒤늦게 부모는 아이의 스마트 기기 이용 시간 등을 조절해보려고 시도했지만 아이는 이미 통제하기 힘든 상황이었고 심지어는 금단증상까지 보이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발표한 ‘2011년도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 결과는 실로 충격적이다. 만 5∼9세 유아 및 어린이의 인터넷 중독률이 7.9%로 20∼49세 성인의 6.8%보다 높았다. 전체 중독률 평균 7.7%를 웃돈다. 청소년(만 10∼19세)의 중독률은 10.4%에 달했다. 어린이와 청소년 열 명 중 한 명은 ‘인터넷 중독자’인 셈이다. 인터넷 이용 연령이 점차 낮아지면서 인터넷 중독 위험이 유아동으로 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학령별로는 고등학생의 인터넷중독률이 12.4%로 가장 높아 ‘성인 중독자’로 이어질 우려를 낳고 있다.
또한 A씨와 B군의 사례처럼 맞벌이가정 자녀의 인터넷중독률(10.4%)이 외벌이가정 자녀(9.3%) 보다 1.1%p 높았다. 뿐만아니라 핵가족(9.6%) 및 1인 가구(9.1%)의 중독률이 대가족(7.1%) 보다 2.0%p 이상 높게 나타났다. 특히 가구규모가 줄어들수록 인터넷중독 고위험군 비율은 증가했고 1인 가구의 고위험군(3.3%)은 대가족 고위험군(1.6%)의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저소득층과 다문화, 한부모 가정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을 ‘중독’에까지 이르게 한 것은 무엇일까. 일반 인터넷 사용자는 뉴스검색(43.0%) 등 주로 정보 획득을 위해 인터넷을 이용하는데 반해, 중독자의 주 이용목적은 온라인게임(41.3%)이었다. 이는 유아동(69.4%)이 가장 높았고 청소년(54.0%), 성인(23.8%) 순으로 나타나 연령이 낮을수록 게임이용 목적으로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고위험군의 56.4%는 온라인게임을 주목적으로 인터넷을 이용했고 유아동 고위험군은 100%가 게임을 하기 위해 인터넷에 접속했다. 인터넷 중독자의 33.7%가 만10세 이전에 인터넷을 처음 이용한 것으로 조사된 점도 주목할 사항이다.
스마트폰 중독도 인터넷 못지않았다. 스마트폰 전체 중독률은 8.4%로, 어린이와 청소년을 포함한 10대가 11.4%로 가장 높았고, 20대가 10.4%로 조사됐다. 중독자 하루 평균 스마트폰 이용시간은 8.2시간으로 일반 사용자 3시간의 2배를 넘었다. 주 용도는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채팅이 77.7%(이하 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음악(41.3%)과 게임(36.3%)이 뒤를 이었다. 스마트폰 중독자를 대상으로 SNS 과다사용 인식 질문에 대해 전체의 22.2%만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중독자 10명 중 8명이 ‘SNS를 많이 사용하고 있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인터넷을 즐기는 자체를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스스로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빠져드는 ‘중독’이라면 문제는 다르다. 한창 자랄 나이의 인터넷 중독은 신체적으로 시력 저하, 목디스크 유발뿐 아니라 척추 등 체형을 망가뜨린다. 주의력 감퇴 등 인지기능 및 학습능력도 떨어지고, 대인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 인터넷중독 판정을 받은 청소년의 지능지수(IQ)가 그러지 않은 학생보다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인터넷중독이 인지능력을 담당하는 전두엽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런 만큼 어린이의 인터넷 중독은 단순히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각 가정에서 부모들의 따뜻한 손길은 물론이고 학교와 정부도 머리를 맞대 대책을 세워야 한다. 엄나래 정보화진흥원 인터넷 중독대응부 책임연구원은 “스마트폰 보급 등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아이들의 연령이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며 “연령이 낮을수록 외부 자극에 민감하고, 중독 수준이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에 인터넷은 하루 한 시간 이상 하지 못하게 하는 등 부모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유아·학생·군인·직장인 등 130만 명을 대상으로 생애주기별 예방교육을 실시하기로 하는 등 단계별로 대응책을 마련해 추진하기로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부는 여기에 더해 족치유캠프·인터넷레스큐스쿨 등 기숙형 치료와 가정방문상담을 확대하고, 고위험군을 위한 전문후견인제를 도입해 개인 밀착상담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179개 협력병원을 연계한 병원치료 뿐만 아니라, 지역거점별 게임과몰입 상담치료센터를 본격적으로 운영한다. 유아 및 성인 인터넷 중독문제에 효과적인 대처를 위해 시도 인터넷중독대응센터를 확대 구축하고 센터별 전문상담사 상주인력도 보강할 예정이다. 예방교육과 상담에 필요한 전문인력 총 6078명을 양성해 인적 인프라를 확충 할 계획이다. 이밖에 인터넷 중독관련 정책홍보를 위해, 범국민 캠페인 전개와 공모전 등을 개최하고, 정책포럼을 구성·운영할 예정이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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