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야구에서 뒷문 단속은 중요한 덕목 중 하나다.
명포수 출신인 일본의 노무라 가쓰야 전 라쿠텐 감독은 우승팀의 10가지 조건을 제시하며 가장 먼저 ‘절대적인 마무리 투수’의 존재를 들었다. LG에서 자율야구를 꽃 피운 이광환 서울대 감독도 우승팀의 조건으로 강력한 마무리 투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마무리 투수는 야구의 여러 포지션 중 힘든 보직 중 하나다. 보통 한 이닝을 책임지지만 선발투수처럼 5~6일 휴식일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육체적으로도 힘들다. 하지만 육체적인 것보다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하다. 경기를 잘 마무리해야한다는 부담감은 근소하게 앞선 위기상황에서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뒷문이 부실한 팀들은 시즌을 앞두고 마무리 투수에 대한 고민에 빠진다. 스프링캠프를 통해 거의 대부분의 팀들이 마무리 투수를 낙점하고 점검에 들어갔다.
삼성의 마무리는 ‘불변’. 바로 가장 강력한 마무리 투수인 오승환이다. 지난해 47세이브, 평균자책점 0.63을 올리며 화려하게 부활한 오승환은 팀 동료들보다 보름 빠른 지난해 12월말 괌으로 넘어가 몸을 만들어 페이스가 좋다. 지난달 16일 주니치전부터 실전에 나와 지난 3일 한화와 연습경기에서는 스프링캠프 기간 중 최고 구속인 149km를 찍었다. 또한 투심 패스트볼을 장착해 땅볼 유도까지 노리고 있다.
재작년 세이브 부문 1위를 차지했던 손승락은 지난해 어깨통증으로 4월말부터 경기에 나왔다. 하지만 늦은 출발에도 불구 17세이브에, 평균자책점 1.89를 거뒀다. 넥센 김시진 감독은 올 시즌 마무리도 손승락으로 낙점했다. 150km의 광속구를 자랑하는 한화 바티스타도 든든한 마무리다. 지난해 7월 한국무대에 선을 보인 바티스타는 한화의 세이브 상황이 많지 않아 등판할 기회가 적었다. 하지만 올해는 한화의 전력이 업그레이드 됐다는 평을 받기 때문에 자주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롯데도 지난해부터 마무리로 나선 김사율을 계속 마무리로 기용하기로 했다.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페이스가 좋다. 거기에 주장까지 맡게 되면서 책임감까지 더해졌다.
‘새 얼굴’도 보인다. 두산은 외국인 투수 스캇 프록터를 마무리 투수로 영입했다. 일본 가고시마에서 가진 연습경기를 통해 최고구속은 153km까지 올라왔다. 제구력이 불안하다는 의견이 많지만 김진욱 감독은 신뢰를 보내고 있다. SK는 지난 시즌 막바지부터 포스트 시즌까지 마무리로 나와서 합격점을 받았던 엄정욱은 올해 뒷문 단속에 나선다. 정대현과 이승호가 FA로 롯데로 떠나면서 엄정욱의 어깨는 무거워진 상황. 하지만 지난해 11월 팔꿈치 뼛조각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재활단계라 개막부터 등판이 가능할지 미지수다.
LG와 KIA는 아직까지 마무리 투수를 정하지 못했다. LG는 경찰청 입대 전인 2007년 30세이브를 거둔 경험이 있는 우규민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애초 마무리 후보였던 한희가 연습경기를 통해 나타난 투구내용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다. 삼성 감독 시절 막강 계투진을 만들었던 KIA 선동열 감독은 마무리 투수 때문에 고심 중이다. KIA는 김진우와 한기주 둘 중 하나를 마무리로 기용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둘 다 어깨통증을 호소하며 전력에서 이탈했고, 대안이 마땅치 않아 비상에 걸린 상황이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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