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벼랑 끝에 몰렸다.
2014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을 맞은 최강희호는 모험 대신 안정을 택했다. 그 중심에 '최강희 사단'을 대표하는 이동국(33· 전북현대)이 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9일 오후 9시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쿠웨이트와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최종전을 치른다.
3승1무1패(승점 10·골득실 +8)의 한국은 3차예선 B조 선두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언제 뒤집힐 지 모른다. 한국은 2위 레바논(3승1무1패 승점10·골득실-2)에 골득실에서만 앞서고 있다. 살얼음판을 걷는 최강희 감독은 최대한 안정을 택할 수밖에 없다.
안성맞춤의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대표팀에서 아픈 기억을 갖고 있는 이동국에게는 자신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맞았다.
최강희호 1기 평균 연령은 28.4세로 올랐다. 김상식(전북현대)이 36세로 가장 나이가 많고 이동국이 33세로 그 뒤를 잇는다.
최강희 감독은 서른을 넘긴 선수들도 대표팀 내에서 충분히 주전 경쟁을 할 수 있다며 선수들을 독려한 바 있다. 부담으로 작용할 지 모를 일부에서 제기한 체력 논란을 일축시키며 '애제자' 이동국을 포함한 고참 선수들을 배려했다.
많은 경험을 가진 선수는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선보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매 경기 능력의 최대치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도 기대할 수 있다. 최 감독은 이같은 효과를 노리고 좀 더 노련한 선수 위주로 대표팀을 꾸렸다.
또 최 감독은 해외파 대신 K리그 선수들을 위주로 대표팀을 구성해 이동국이 활약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 최강희호에 이름을 올린 해외파는 박주영(27·아스날), 기성용(23·셀틱), 이정수(32·알 사드) 뿐이다.
이동국은 지난 시즌 16골 15도움을 올리며 전북 '닥공축구'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K리그에서 눈부신 활약을 바탕으로 최 감독과의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하지만 이동국은 대표팀과는 인연이 멀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혜성같이 등장해 짧은 시간 강한 인상을 남겼지만 이후 2002년 히딩크 감독은 이동국을 외면했다. 2006년에는 부상을 입어 독일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는 이렇다 할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고 벤치를 달궜다.
이후 영영 대표팀과의 연이 다한 것으로 보였던 이동국에게 한 줄기 희망이 다시 찾아왔다. 갑작스런 조광래 감독의 대표팀 하차로 소속팀 사령탑이던 최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것이다.
최 감독은 자칫 '비운의 남자'로 남을 뻔한 이동국을 다시 불러들였고 절대적인 믿음을 심어줬다.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은 이동국은 심리적 안정과 동시에 실력의 나래를 펼칠 것을 다짐했다.
이미 한 차례의 모의고사를 통해 이동국은 실력으로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이동국은 지난 25일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2골을 터뜨리며 팀의 4-2 완승을 이끌었다. 화끈한 골로 최 감독의 눈을 사로 잡았다.
이동국은 우즈벡과의 경기 후 "(감독님께서)수고했다고 얘기해 주셨다. 감독님의 대표팀 사령탑 부임 첫 경기에 골을 넣고 승리하게 돼 기쁘다"며 "오늘 결과에 관계없이 잘 준비해 반드시 이기는 경기를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연습은 끝났다.
이제는 실전만이 남았다. 한 번의 결과로 모든 것을 평가받는다는 점에서 어쩌면 최강희 감독과 이동국은 운명을 함께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동국을 믿고 있는 최 감독. 대표팀에서의 화려한 부활을 노리고 있는 이동국. 두 남자의 명운을 건 한 판이 29일 상암벌에서 펼쳐진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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