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존 허(22·정관장)가 극적인 뒤집기로 데뷔 첫 승을 달성했다.
존 허(한국명 허찬수)는 27일(한국시간) 멕시코 리비에라 마야의 엘 카멜레온 골프장(파71·6987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마야코바 클래식(총상금 370만 달러) 4라운드에서 8타를 줄여 최종합계 13언더파 271타로 로버트 앨런비(호주)와 동타를 이룬 뒤 8차 연장 끝에 승리했다. 우승상금 66만6000달러.
퀄리파일스쿨(Q스쿨)을 거쳐 올 시즌 PGA 투어에 뛰어든 존 허는 4번째 출전 만에 우승을 맞보며 신인왕 후보로 급부상했다. 올 시즌 한국(계) 선수의 투어 첫 승이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깜짝 우승이었다. 공동 2위로 대회를 출발한 존 허는 이후 순위가 꾸준히 하락하더니 3라운드를 마친 뒤 공동 13위까지 떨어졌다. 선두와는 무려 7타나 벌어진 상황.
최종 라운드 돌입 후 존 허는 작정이라도 한 듯 무서운 기세로 선두권과의 간격을 좁혀 나갔다. 1번과 3번홀 버디로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인 뒤 5번홀(파5)에서는 이글을 잡아내 순식간에 4타를 줄였다.
페어웨이 안착률은 43%에 그쳤지만 퍼팅감이 워낙 좋았다.
존 허의 상승세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8번홀 버디로 전반에만 5언더파를 적어낸 존 허는 후반에도 버디 3개를 추가, 8언더파로 라운드를 마쳤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존 허의 우승 가능성은 희박했다. 앨런비가 버디만 8개를 뽑아내며 존 허와 2타 차이를 유지한 것.
하지만 마지막 18번홀에서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보기에 그쳐도 우승을 차지할 수 있던 앨런비는 이번 대회 첫 번째 더블보기를 범하면서 존 허에게 공동 선두 자리를 내줬다.
연장전은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는 접전이었다. 1991년 프로에 뛰어들며 산전수전 다 겪은 앨런비와 새내기 존 허의 대결은 의외로 팽팽하게 전개됐다.
두 선수는 10번과 18번홀을 오가며 치른 연장전에서 7번홀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모두 신중한 경기 운영으로 7개홀 연속 파세이브를 기록했다. 하지만 연장 8번째 홀인 10번홀에서 존 허는 타수를 지키는데 성공, 보기에 그친 앨런비를 따돌리고 우승을 확정지었다.
1983년 피닉스 오픈 이후 PGA 투어에서의 8차 연장 승부가 나온 것은 이번이 5번째다. 그만큼 치열했다.
역대 최다는 1949년 모토시티오픈에서 나온 11차 연장이다. 당시 PGA 사무국은 해가 떨어질 때까지 승부가 가려지지 않자 연장전을 치른 캐리 미들코프와 로이드 맨그럼을 공동 우승자로 처리했다.

호남신문 기자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