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현(52) 전 KIA 감독은 지난해 "김상훈(35)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했다. 김상훈이 지난 수 년 동안 어깨·손목·무릎 등 많은 곳에 부상을 입었지만 계속해서 그를 경기에 내보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KIA 안방에서 김상훈의 입지는 굳건했다. 차일목(31)과 함께 마스크를 썼지만 주로 김상훈이 안방을 비웠을 때 차일목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김상훈이 부상으로 부진한 사이 차일목이 그 자리를 완벽하게 메우며 KIA 안방의 판도를 바꿨다. 올해 차일목은 데뷔 후 10년 만에 '억대 연봉자'가 됐고 김상훈이 차던 주장 완장도 넘겨받았다.
절치부심. 김상훈은 올 시즌을 위해 지난해 9월 일찌감치 왼 어깨 관절 수술을 받고 재활을 시작했다.

5개월 만에 선 그라운드 "이제 살 것 같다"

김상훈은 지난해 수술을 마친 뒤 6~7개월 걸리는 재활스케줄 표를 받아들었다. 올해 3~4월쯤에야 재활이 끝나 개막 엔트리에 들기 힘든 일정이었다. 그런데 재활 속도가 생각보다 빨랐다. 김상훈은 지난 20일 재활을 완전히 마치고 기술 훈련을 시작했다. 그는 "계획보다 최소 한 달 이상 재활이 빨리 끝났다. 티볼 배팅과 투수들의 하프 피칭을 서서 받는 훈련을 하고 있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선 본격적으로 실전 감각을 끌어 올리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5개월 만에 그라운드에 돌아온 그를 가장 먼저 반겨준 건 11년 후배인 투수 홍건희(20)였다. 함께 하프 피칭을 하기 위해 그라운드에 들어서자 홍건희는 옆에 있던 유동훈(35)과 함께 "새 얼굴이 왔다. 새로 왔으면 신고식을 하라"며 김상훈에게 장난을 쳤다. 김상훈은 "아프더라도 그라운드에 있는 게 낫지, 혼자서 재활하는 건 정말 외롭고 힘들더라"며 "어린 후배들이 놀려도 좋다. 그라운드에 돌아오니 이제 살 것 같다"며 웃었다.

100경기 출장 목표 "일목이와 상생"

재활 일정이 짧아진 건 좋지만 부상 재발 위험은 없을까. 김상훈은 "전문의와 트레이너의 소견을 받아 재활을 마쳤다. 통증도 전혀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 수 년 동안 몸에 달고 다니던 부상을 떨쳐낸 김상훈의 목표는 올 시즌 100경기 출장이다. 그는 지난해 67경기 출장에 그쳤다.
김상훈은 "타율도 올려야 하고 도루저지율도 높여야 한다. 내가 없는 동안 바뀌었을 투수들의 스타일에도 적응해야 한다. 할 일이 산더미"라며 "이 모든 걸 해내야 100경기에 출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지난해 부쩍 성장한 차일목에 대해서는 "상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상훈은 "(차)일목이를 경쟁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팀에 포수는 한 명일 수 없다"며 "언제든 빈자리가 생길 수 있고, 힘들면 대신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서로 도와가며 안방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 100경기 출장을 위한 김상훈의 1차 목표는 오키나와 캠프 평가전에서 한 번이라도 마스크를 쓰는 것이다. 김상훈은 "선동열 감독님께서 며칠 전 '괜찮냐'고 물어보셨다. 자신 있게 '괜찮다. 다 나았다'고 대답했는데 효력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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