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동부가 최다 연승(16연승), 한 시즌 최다승(42승)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면서 프로농구 역사를 새로이 했다.
동부의 자랑 트리플포스트와 황진원, 박지현, 이광재, 안재욱 등 풍부하고 전술 이해도가 높은 가드진의 조화가 완벽하다. 끈끈한 조직력까지 더해져 역대 최강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코트 밖에서는 동부 선수단 특유의 아랫사람 챙기기가 한몫했다.
최근 인터뷰 단골손님은 팀의 간판 김주성이다. 그런데 후배들 띄우기에 바쁘다.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14일에는 "윤호영이 최우수선수(MVP)가 돼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최다 연승과 최다승 기록을 달성한 18일에는 "이광재는 프로 15년차 정도 되는 선수처럼 영리하게 농구를 한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단순한 후배 기 살리기가 아니다. '내리사랑'이 동부의 팀 문화로 자리 잡았다.
김주성은 "내가 TG삼보에 처음 입단했을 때, 허재 감독님을 비롯해 선배들에게 배운 것이 있다. 후배들을 아낌없이 챙기고 많은 애정을 쏟는 것이다"며 "자연스레 몸에 배면서 나 역시 (이)광재나 (윤)호영이 등 후배들을 신경 쓰게 됐다. 선배들에게 받았던 것을 후배들에게 돌려주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동부의 전신 TG삼보에 입단한 김주성은 선배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선수로 한솥밥을 먹던 허재 감독이 김주성을 직접 미용실에 데려간 일화는 유명하다. 더벅머리로 촌스러운 신인 김주성에게 '프로는 남들에게 보이는 모습도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치는 등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대어급 선수라는 점이 작용했겠지만 김주성은 좋은 기억을 후배들에게 고스란히 '내리사랑'을 실천 중이다.
승리수당이나 보너스가 나오면 후배들을 먼저 챙긴다. 일반적으로 공헌도나 기록 등에 차등을 주지만 동부에선 좀 다르다. 'N분의 1'이다. 끝이 아니다. 조금씩 모아서 트레이너, 식당 아주머니 등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경우도 잦다.
올 시즌 중에는 강동희 감독을 비롯해 중고참 선수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 신인급 선수들을 위해 장포대회(하프라인 슛 대결)를 마련하기도 했다. 한 자리에 모여 선후배가 단단히 뭉칠 수 있는 장이 됐다.
김주성은 선배의 표정 하나도 후배들에게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얼마 전에 호영이가 '내가 인상을 쓰고 있으면 자기도 컨디션이 다운되는 것 같다'고 하더라. 나도 예전에 라커룸에서 허재 감독님의 얼굴을 보고 의식하면서 했던 기억이 있다"며 "그래서 무조건 밝고 괜찮다는 인상을 보여주는데 후배들이 자신감을 갖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광재와 호영이는 물론이고 모든 선수들이 선배들에게 받았듯이 후배들을 잘 챙겼으면 좋겠다"고 더했다. 코트 안팎에서 빈틈이 없는 동부다.
 

호남신문 기자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