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불펜투수 전성시대다. 불펜투수들이 올겨울 FA계약에서 대박을 터뜨리며 각광을 받는가 하면 각 팀의 2012연봉협상에서도 그 어느해보다 후한 대접을 받았다.
프로야구 출범 30년이 지났지만 예전에 불펜투수는 선발, 마무리와 비교해볼 때 상대적으로 홀대를 받았던 게 사실이다. 거의 매일 등판해 궂은 일을 다하지만 승수와 세이브 등 성적지표면에서 확실하게 눈길을 끌 수 있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연봉에서도 불이익을 받았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위해 홀드부문에 대해 시상을 하기도 하지만 만족스럽지는 않다.
그런데 올해는 이런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각 팀의 수준급 불펜요원은 연봉이 2억원을 넘기는 경우가 허다해졌다.

◇FA 계약 '우리도 대박'

두산 정재훈은 지난 11월 총액 28억원(4년 계약금 8억원, 연봉 3억5000만원,옵션 6억원)에 원소속팀 두산과 계약을 맺으며 불펜전성시대의 스타트를 끊었다. 2011년 연봉이 2억200만원이었는데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대박이었다. 지난해 방어율 2.87에 2승6패8세이브9홀드의 성적을 올렸다.
SK 여왕벌 정대현은 롯데로 이적하면서 총액 36억원(4년 계약금 10억원,연봉 5억원,옵션 6억원)의 대형 계약을 맺었고, 좌완 이승호도 총액 24억원의 대박계약을 터뜨렸다. 잠수함 임경완과 송신영은 각각 SK,한화와 총액 11억원과 13억원 +알파에 FA계약을 했다. 원소속팀 롯데와 LG에서 받았던 연봉의 두배 이상 몸값이 뛰었다.

◇우리는 'FA 안 부러워'

SK 정우람은 지난달 31일 지난해보다 6000만원이 오른 2억8000만원에 연봉계약 도장을 찍었다. 지난해 성적은 방어율 1.81에 4승7세이브 25홀드. 삼성의 마당쇠 정현욱과 안지만도 2억5000만원에 연봉재계약을 맺었다. 좌완 권혁도 1억9000만원에 사인했다. 삼성이 지난시즌 우승을 하는데 이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2억5000만원의 연봉은 10승대 투수에 버금가는 큰 금액이다. 정현욱은 지난해 2억1000만원, 안지만은 1억7000만원을 받았다. 지난해 정현욱은 방어율 2.36에 4승3패1세이브24홀드,안지만은 방어율 2.83에 11승5패17홀드를 기록했다.

◇불펜 역할 갈수록 커진다

이처럼 불펜투수들이 예전보다 후한 대우를 받는 이유는 팀내에서 불펜투수들의 역할과 비중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까지 2년연속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었던 삼성과 SK는 불펜이 강한 대표적인 팀이다. 선발보다 강한 불펜이 호성적의 원동력이었던 만큼 이들에 대한 대우도 좋아질 수 밖에 없다.
삼성과 SK를 보면서 자극을 받은 다른 팀들도 불펜이 강해야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게 됐고 불펜보강에 주력했다. 그렇지만 어떤 순간에 등판시켜도 벤치에 믿음을 주는 전천후 불펜투수가 그리 흔한 것은 아니다. 정재훈,정대현,이승호,송신영, 임경완, 정우람 등 상종가를 치고 있는 대부분의 불펜투수들은 중간과 마무리를 모두 겸할 수 있는 투수들이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달리다보니 불펜투수의 가치가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호남신문 기자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