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 안정환(36)이 은퇴 경기를 거부했다. 대한축구협회와 최강희 대표팀 감독, 축구인, 팬들 모두 지난 27일 현역 은퇴를 선언한 안정환의 대표팀 은퇴경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이 고사의 뜻을 내비쳤다. 이유가 있다.

◇“우즈벡전에 은퇴경기 치르자”

김주성 대한축구협회 사무총장은 29일 “안정환처럼 국위선양한 대표선수를 예우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안정환의 은퇴식 또는 은퇴경기를 여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강희 대표팀 감독은 더 나아가 “다음달 25일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 안정환을 발탁해 전반 5분 내지 10분 정도 뛰게 하는 것도 좋은 방안일 것 같다”고 말했다.
축구팬들과 축구인들도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황선홍과 홍명보, 이운재에 이어 4번째로 안정환을 위한 은퇴경기가 열렸으면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팬들은 “아시아 선수 월드컵 최다골 타이기록(3골) 보유자로서 한국 축구사에 한 획을 그은 안정환은 충분히 A매치에서 은퇴경기를 할 자격이 있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황선홍 포항 감독과 이운재(전남) 역시 “레전드를 예우하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한다. 정환이가 OK한다면 은퇴경기가 치러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대인배 안정환

하지만 2010년 8월 나이지리아와 평가전에서 축구협회의 대표팀 은퇴경기 제안을 거절했던 안정환은 이번에도 고사했다. 안정환은 에이전트를 통해 “한국 축구 명운이 걸린 2월29일 쿠웨이트와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최종전을 앞두고 개인을 위한 은퇴경기는 맞지 않다”는 뜻을 전했다. 쿠웨이트전 최정예 멤버를 위한 예비고사에 조금이라도 누를 끼치지 않을까 우려해서다. 대표팀에 애정이 남다른 안정환다운 답변이다.

◇은퇴경기 대신 은퇴식

이에 따라 안정환은 대표팀 은퇴경기 대신 은퇴식만 치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축구협회는 A매치 70회 이상 출전 선수에 한해 심사를 거쳐 은퇴식을 열어준다. A매치 71경기(17골)에 나선 안정환은 자격요건이 된다. 31일 은퇴 기자회견을 갖는 안정환은 우즈베키스탄전 혹은 쿠웨이트전 하프타임 때 팬들에게 '축구선수 안정환'으로서 마지막 작별 인사를 건넬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서울에서 열릴 쿠웨이트전이 유력하다. 이에 앞서 하석주와 김태영, 김도훈, 유상철, 서정원 등이 대표팀 선언 후 후배들의 A매치에 초대돼 은퇴식만 가진 바 있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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