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김진우(29)가 마무리 투수에 도전한다. 선동열 KIA 감독은 마무리 후보 김진우에게 기대와 걱정을 함께 보내고 있다.
김진우는 "국내 최고의 마무리 투수인 오승환(30·삼성) 선배를 뛰어 넘고 싶다"고 새해 목표를 밝혔다. 불펜, 특히 마무리 강화에 팀의 명운을 걸고 있는 KIA에도 의미가 큰 도전이다.
김진우는 2002년 데뷔 후 대부분을 선발투수로 나섰다. 2002년 LG와의 플레이오프, 2011년 SK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임시 마무리로 던진 적은 있다. 대부분의 마무리 투수들이 선발 전향을 꿈꾸고 있지만, 선발이 가능한 그는 마무리로의 도전을 시작했다.

▶기대와 걱정 사이

선 감독은 "투수 보직을 정한 건 없다. 시범경기가 돼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한 경쟁을 선언했지만 현재까지 후보는 셋이다. 계약이 임박한 좌완 외국인 투수, 우완 유망주 한승혁(19), 그리고 김진우다.
선 감독은 "마무리가 갖춰야 할 요건은 구위와 제구력 두 가지"라고 설명했다. 완급 조절과 체력, 다양한 구종을 바라지 않는 대신, 짧은 이닝에 전력을 쏟아낼 수 있는 능력을 기대하고 있다.
이 기준에 맞춰 보면 김진우는 아직 불합격이다. 선 감독은 "지난해 말 마무리 캠프에서 김진우를 봤더니 커브를 던질 때 피칭 밸런스가 기가 막히더라. 문제는 직구를 던질 때는 밸런스가 깨진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아마추어 때부터 김진우의 커브는 정평이 나 있었다. 2007년 팀 무단 이탈로 그라운드를 떠난 뒤 지난해 3년여 만에 복귀했을 때도 커브만큼은 좋았다. 선 감독도 커브는 인정했다.
문제는 직구다. 선 감독은 "직구를 던질 때 몸에 힘이 들어가더라. 커브를 던질 때 폼을 기억해서 직구를 던지라고 말했다. 스프링캠프 때 성과를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오승환 데뷔 이전 국내에서 가장 무거운 공을 던졌던 투수가 김진우다. 시속 150㎞가 넘는 직구는 알고도 치기 어려웠다. 그러나 지난해 최고 스피드는 시속 147㎞에 그쳤고, 제구는 여전히 불안했다. 예전의 직구 구위를 찾고 컨트롤까지 잡아야 김진우는 마무리로 낙점받을 수 있다.

▶'태양'의 그림자를 따라

김진우는 선발로 던질 때부터 "마무리에 더 적합한 유형"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게다가 3년여 동안 야구를 떠나 있었기 때문에 선발보다는 불펜에 정착하기가 수월할 것이다.
김진우는 지난해 말 마무리의 매력에 푹 빠졌다. 정규시즌 막판 시험등판을 거친 뒤 SK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롱릴리프로 나서 3⅓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당시 승부구는 대부분 커브였다.
데뷔 초 '제2의 선동열'로 기대를 받았던 김진우는 선 감독 부임 후 야구를 처음부터 다시 배운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감독님의 모든 것을 빼앗고 싶다"면서 선 감독을 졸졸 따라 다니고 있다. 많이 던진 날은 하루 200개씩 투구를 한 적도 있다. 선 감독이 한 마디만 하면 뭐든 따라할 태세다.
선 감독이 KIA 지휘봉을 잡으면서 마운드의 무게중심은 선발에서 불펜으로 옮겨지고 있다. 삼성에서 오승환이 그랬듯, '선동열 체제'의 황태자는 마무리 투수가 될 것이다. 김진우가 바라는 것이다. 선 감독은 "김진우의 각오가 대단한 것 같다. 보완해야 할 점이 많지만 뛰어난 자질을 가진 선수이니까 기대해 보겠다"고 말했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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