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몇 번째 시즌을 맞는 거죠?"
취재진의 새삼스러운 질문에 KIA 최고참 이종범(41)은 "스무 번째 시즌입니다"라고 답했다. 1993년 데뷔해 일본 주니치(1998년~2011년 7월)에 갔다 오기는 했지만 올해로 프로 데뷔 20년째를 맞은 건 틀림없다.
이종범은 8일 팀 훈련을 시작하면서 팀 최고참으로서, 또 팀이 일원으로서의 심경을 밝혔다. 이종범의 각오는 선동열 신임 감독의 지휘 방침과 맥이 통한다. 선수 시절 같은 코스(광주일고-해태-주니치)를 앞서서 밟은 선 감독의 뜻을 잘 가늠하고 있다.

▶이름보다 KIA

이종범은 "선수들에게 유니폼 뒤에 있는 이름만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이종범·이범호·서재응 등 선수 이름보다 각자 가슴에 있는 이름, 타이거즈를 더 소중하게 여기라고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개인주의를 버리고 유니폼 가슴에 수 놓인 'KIA TIGERS'를 최우선으로 생각하자는 것이다.
이종범은 "하루하루 열심히 뛰는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1년이 꽉 채워질 것"이라며 "팬들은 열심히 하는 모습을 좋아한다. 져도 열심히 뛰면 팬들이 열광하지만 선수가 포기하면 팬들의 의욕은 더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이 말은 같은 날 선 감독이 했던 당부와 일맥상통한다. 선 감독은 "팀을 위해 개인이 희생해야 한다. 그래야 강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 감독이 취임 첫 해를 맞은 만큼 세세한 부분은 고참급 선수들에 의지해야 한다. 이종범의 말은 최고참의 역할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교체 없는 주전

선 감독 체제에서는 팀 리더라고 해서 특별대우를 받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종범이라고 무조건 기회를 줄 것 같지는 않다.
이종범도 각오가 단단하다. 그는 "팀이 가장 중요하지만 개인적인 목표도 있어야 열심히 뛰게 될 것"이라며 "경기를 뛸 수 있는 최상의 몸상태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교체되지 않고 뛰고 싶다. 대타나 대수비로 나서는 것이 아니고, 또 경기 중에 대타로 바뀌지 않도록 준비하겠다. 특히 하체 훈련을 열심히 해서 후배들에게 뒤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이종범은 체력이 떨어지며 주전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선 감독이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2012년 주전 라인업에도 이종범이 빠져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종범은 현실을 피하지 않고 맞서 싸우겠다고 했다. 이름값을 지우고 후배들과 똑같이 경쟁하겠다는 것이다. 이 또한 선 감독이 바라는 점이다.

호남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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