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주민 건강의 최후 보루인 공중보건의가 크게 줄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실정이다. 의료계와 정부 갈등이 해를 넘겨 지속되면서 올해도 공보의 인력난과 역외 차출로 농어촌 보건은 2중고가 우려된다.

의대 전형 다각화 등을 통한 지역의사 확보와 의료취약지역에 대한 국가 차원의 보건시스템 리모델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4일 전남도와 보건의료계에 따르면 전남지역 공보의(의예과 공보의 기준)는 2010년 479명이던 것이 지난해 229명으로 14년 만에 반토막났다. 농어촌 인구 감소와 저출산 풍조, 복무기간이 3년으로 일반 현역병의 2배인 점 등이 악재로 작용했다.

2년째 지속되고 있는 의·정 갈등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사직 등으로 수련 과정이 중단되면 즉시 군에 입대해야 하는 규정에 따라 올해 전공의 3300명이 입영 대상자로 대거 분류되면서 2023년 904명, 2024년 642명이던 병무청 공보의 선발인원이 올해는 250명으로 급감했다. 지난해의 고작 38% 수준이다.

이에 따라 지역에 배치되는 인원 역시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3년간의 복무를 마치고 올해 사회로 복귀하는 전남 공보의만 76명에 달해 수급 불균형에 따른 공보의 인력난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여기에 보건복지부가 수도권과 대도시 상급병원으로 공보의를 대거 차출할 경우 지역 보건인력은 더욱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전남에선 한때 50명 가까운 공보의가 지역을 떠나 권역별 응급의료센터로 차출된 바 있다. 상당수는 이후 복귀했으나, 여전히 현재 5명이 전남대병원과 타 지역 광역응급의료센터에서 근무 중이다.

반면 보건의료 취약지에 2명씩 배치하던 공보의는 1명씩으로 줄었다.

상황이 지속될 경우 보건지소 216곳 중 상당수에 공보의가 배치되지 못한 지난해 상황이 되풀이될 개연성이 높다.

발등의 불이 떨어진 전남도는 우선, 도서지역 보건지소에는 공보의 2명씩을 배치, 24시간 근무가 가능토록 조치하고 육지의 경우 면 단위 의료기관 중 공보의가 없는 곳에 우선 배치하는 응급처방을 내렸다. 미배치 된 곳엔 순회 진료와 전국 최초 비대면 진료로 힘겹게 의료공백을 메꿔 나가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면 단위 보건지소를 통폐합해 '거점보건지소'를 설치 운영할 방침이다.

보건의료계에서는 9년간 지역 의무복무를 골자로 의대 정원의 20%를 선발하는 일본의 사례처럼 의대 입시전형을 다각화해 지역의사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줄기차게 거론되고 있다.

지역의료계 한 관계자는 "공보의 제도는 1979년부터 실시돼 도입된 지 46년째를 맞고 있다"며 "농어촌 여건과 시대 흐름, 보건수요자들의 니즈 등을 두루 감안해 볼 때 이제 공보의 제도는 한계에 달한 만큼, 새로운 모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의대 증원, 의사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이날 실국 정책회의에서 농어촌 보건의료 위기에 우려를 표한 뒤 "그래서 해결책 중 하나가 의사수를 늘려야 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김희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