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0여 년 역사의 독일 쾰른대성당에서 사상 최초로 한국인 작곡가의 종교 미사곡이 연주됐다. 작곡가는 전문 음악인이 아닌 대학병원 교수여서 더욱 눈길이 쏠린다.

24일 전남대학교병원에 따르면 전남대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교수로 활동 중인 국현 교수가 작곡한 '어린이 합창을 위한 작은 미사(Missa brevis)'가 지난달 30일 오후 독일 쾰른 대성당의 초청으로 저녁 예배에서 초연됐다.

한국인 작곡가의 작품이 쾰른대성당에 초청, 연주된 것은 처음이다.

로마 가톨릭 교회의 상징 중 하나인 쾰른 대성당은 매주 저녁 음악과 함께 예배를 드리는 것이 전통이다. 그동안에는 주로 바흐·모차르트·멘델스존 등 저명 작곡가들의 종교곡들이 연주됐다. 오랜 역사이자 전통인만큼, 가사부터 음악적인 부분까지 엄격한 심사를 거쳐 연주곡을 선별한다.

국 교수의 곡은 도르트문트 청소년 합창단이 불렀다. 피아노 반주에는 배선경씨, 장구 김남숙씨, 지휘에 정나래씨 등이 참여했다.

국 교수가 작곡한 '어린이 합창을 위한 작은 미사'는 성당의 미사에 쓰이는 곡으로서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Kyrie) ▲대영광송(Gloria) ▲거룩하시도다(Sanctus) ▲축복의 노래(Benedictus) ▲하느님의 어린양(Agnus Dei) 등 5곡으로 구성됐다.

특히 장구와 함께 연주된 '축복의 노래'는 세계 많은 나라의 동요에서 쓰이는 돌림노래 형식을 민요 가락에 담아 표현하는 등 한국적 혼이 담겼다.

국 교수와 도르트문트 청소년 합창단은 지난 2022년 독일 현지 '2022 젊음의 노래' 경연대회에서 국 교수의 곡으로 아카펠라상 특별상·작곡상을 받으며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

도르트문트 청소년 합창단은 국 교수에게 미사곡 작곡을 요청, 이번 곡이 초연됐다.

앞으로도 도르트문트 청소년 합창단은 다음달 9일에는 독일 뮌헨 헤어클레스잘, 14일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대성당에서 연주한다. 오는 9월 8일엔 도르트문트 콘서트홀에서도 공연할 예정이다.

국 교수는 전남대병원·전남대 의대 교수로서 대한민국 과학기술한림원, 대한민국 의학한림원 정회원이기도 하다. 과학 의학 분야의 선도과학자 중 한 명으로도 손꼽힌다.

특히 국 교수는 따로 음악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370여 곡을 직접 작곡하고 24장의 합창·독창 음반을 냈다.

다수의 미국 출판사에서 50곡이 발표되기도 했다. 합창곡들은 독일·미국·일본·필리핀·스페인·캐나다·중국·프랑스·벨기에 등지에서 연주되고 있다.

국 교수는 "아마추어 작곡가로서 부족한 부분이 있겠지만 합창으로서 한국의 K-class의 영역을 더욱 다양화하고 넓혀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