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니 어디로 보냈는지 말 한마디도 없었다는 게 말이 됩니까?"

26일 오전 광주 서구 매월동 서광주청연재활요양병원. 폐원 수순을 밟고 있는 이곳이 환자들을 임의로 전원시켰다는 소식을 들은 보호자들이 분통을 터트리며 원무과를 찾았다.

원무과 직원들을 붙들고 환자를 수소문한 보호자들은 광산구와 북구 등지의 병원으로 전원 조치했다는 답변에 기가 찬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지는 '급한 사정이 있었다'는 황당한 해명에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한숨을 깊게 내몰아 쉬기도 했다.

직원들과 한 시간 여 가까이 입씨름을 벌인 보호자들은 환자들이 전원된 병원으로 하나둘 발걸음을 옮겼다. 일부 보호자들은 병원 측이 청구한 전날까지의 입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주변에 전화를 돌리기도 했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병원은 주출입구에 '6월 30일 폐업'이라는 글귀가 적힌 안내문을 내걸면서 사실상 운영 종료를 선언했다.

병원 내부에서 발생한 의료 폐기물 등을 쌓아올린 짐수레가 수시로 드나드는가 하면 처치곤란인 휠체어가 병원 마당에 쌓이면서 폐원을 앞둔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짐을 나르는 직원들은 보호자들과 쉽사리 눈을 맞추지 못했다.

급히 전원된 탓에 몸만 빠져나온 암병동 환자들은 이날 병원을 또다시 찾아 짐을 챙겼다. 번갯불에 콩 볶듯 이뤄진 전원 조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트리며 병원 측의 대처를 꼬집었다.

병원은 이날 이른 오전까지 전체 입원 336개 병상 중 대부분을 전원시켰다. 병원에는 오전 11시 기준 말기 암환자 12명만이 남았다. 이들도 곧 개별적으로 전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갑작스런 전원 조치 여파는 환자들을 수용한 병원에서도 이어졌다.

같은날 오전 광산구 한 요양병원 원무과에는 임의 전원 조치와 관련된 보호자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직접 병원을 찾은 보호자들의 원성도 쏟아지면서 한때 원무과가 북새통을 이뤘다.

심지어는 전원 환자의 짐이 잘못 배송돼 이곳 병원 현관에 쌓여있기도 했다. 이곳 병원이 청연요양병원으로부터 받은 환자 수는 15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보호자들은 병원 측의 조치에 하나같이 분통을 터트렸다.

보호자 A(68)씨는 "전날 밤 뉴스를 보고서야 병원의 폐업 수순을 알게 됐다. 병원 마음대로 전원시키고 행방도 알려주지 않았다. 언론 보도가 없었더라면 꼼짝없이 어머니와 생이별했을 것"이라며 "이게 의료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하는 짓이냐. 환자들을 무슨 돈나오는 구멍 정도로나 생각해온 것이냐"라고 화를 쏟아냈다.

B(66)씨도 "전원 조치된 어머니가 두고온 물품을 찾으러 왔는데 이중에는 현금도 있다고 했다. 병원에 행방을 물으니 알 수 없고 모두 다 정리해 찾을 수도 없다고 한다"며 "환자들을 마음대로 전원시키고 퇴원 여부도 묻지 않으면서 짐도 마음대로 정리하는 이런 병원이 세상에 어디 또 있냐"고 격분했다.

이에 병원 한 관계자는 "원장 개인 사정으로 폐원이 결정돼 급히 전원된 것으로 안다. 일부 보호자들에게는 전원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알고있다. 직원들도 전날에서야 폐원 결정을 전해들었다"고 설명했다.

관할 지자체인 서구는 모든 환자 전원이 완료된 이후 마약류 등 의약품과 진료기록부 보강 등 확인 절차가 끝난 뒤 폐업신고가 들어오면 승인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변용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