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배달해야 할 우편물을 버린 집배원에게는 어떤 형량이 선고될까. 법원은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우체국 우편물류과 소속 집배원으로 서울 강서구 일대의 우편물 배달 업무를 담당했던 A씨. 그는 그간 배달 업무를 성실하게 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주변 동료들이 자가격리에 들어가면서 그가 배달해야 할 우편물이 배로 늘어났고, A씨는 과중한 업무량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급기야 그는 지난 2021년 1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배달해야 할 정기간행물, 안내문 고지서, 홍보물 등을 서울 강서구의 한 주차장 등에 버렸다고 한다.

현행법상 집배원은 정당한 사유 없이 우편물을 훼손, 은닉 또는 방기해선 안 되는데, 그가 버린 우편물만 1만6000여개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재판에 넘겨진 A씨는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13단독 김재은 판사는 지난 3월15일 우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37)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피고인(A씨)은 우편집배원으로서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배당받은 1만6003통의 우편물을 정당한 사유 없이 방기했다"며 "우정공무원으로서 자신의 주요 임무를 포기한 것이고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고 있고, 발생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으로 인해 파면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김희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