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로리' 신드롬 후…기대와 실망 사이
입력 : 2023. 09. 17(일) 16:47

![]() |
한때 신원호 PD 드라마 '응답하라의 저주'라는 말이 떠돌았다. 이 시리즈로 스타덤에 오른 후 차기작에서 크게 활약하지 못하고 부진한 성적을 낸다는 속설이다. 김은숙 작가의 넷플릭스 '더 글로리'도 이 징크스와 오버랩됐다. 올해 초 학교폭력을 사회적인 화두로 던지며 신드롬을 일으켰고, 주연인 송혜교뿐만 아니라 조연들까지 주목 받았다. 이후 이도현과 임지연은 후속작이 더 글로리만큼 흥행하진 못했지만, 뛰어난 연기력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었다. 김히어라는 학폭 의혹으로 빛이 바랬고, 차주영은 작품 선택과 연기력이 아쉬움을 자아냈다.
◆이도현·임지연 시너지
이도현은 더 글로리 주역 중 가장 아픈 손가락으로 꼽혔다. 이 드라마는 세계적으로 흥행했지만, '주여정'(이도현) 캐릭터 자체는 설득력이 부족했고 '문동은'(송혜교)과 케미스트리도 잘 살지 않았다. 오히려 시청자들은 동은과 '하도영'(정성일)의 멜로 연기에 더 공감했다. 이도현은 더 글로리 이후 처음으로 슬럼프를 겪었다며 "캐릭터보다 내 연기가 이도 저도 아니고 애매했다"고 자책하기도 했다. 6월 막을 내린 JTBC '나쁜엄마'에서 보란 듯이 날아 다녔다. 사고로 일곱살 지능이 된 검사 '최강호'로 연기 내공을 보여줬다. 보통 20대 남자 배우들은 특정 장르·캐릭터에 한정되곤 했지만, 이도현은 폭넓은 연령대를 아우르며 캐릭터를 완벽 소화했다. 지난달 군 입대했는데, 1년6개월의 공백기 아쉬움을 달래기 충분했다.
임지연은 연인인 이도현과 시너지 효과를 냈다. 지니TV '마당이 있는 집'과 SBS TV 목요극 '국민사형투표'에 연달아 출연,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마당이 있는 집에서 가정폭력 피해자 '추상은'으로 분해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고, 남편 '김윤범'(최재림) 사망 후 중국집에서 짜장면과 탕수육, 군만두를 먹는 신도 화제를 모았다. 국민사형투표에선 '김무찬'(박해진)과 '권석주'(박성웅)보다 똘기 가득한 경찰 '주현'(임지연)의 활약이 돋보였다. 인터넷방송 BJ로 위장해 잠입 수사하고, 악질범을 대상으로 국민사형투표를 진행하는 정체 미상의 '개탈'을 추적하는 과정 등이 재미를 더했다. 1~6회 시청률 3~4%대(닐슨코리아 전국기준)에 머물렀지만, 더 글로리의 학폭 가해자 '박연진'을 잊게 만들었다. 전도연과 주연을 맡은 영화 '리볼버'에 더욱 기대가 쏠리는 이유다.
◆김히어라·차주영 아쉬움
김히어라는 학폭 의혹이 발목을 잡았다. tvN '경이로운 소문2: 카운터 펀치'에서 악귀 '겔리' 역을 맡아 쇼트커트에 탈색, 입술 피어싱까지 하고 파격 변신했지만 무용지물이 됐다. 겔리는 분노조절 장애가 있고 살인 할 때 희열을 느끼는 인물이다. 더 글로리의 학폭 가해자이자 마약 중독자 '이사라'(김히어라)와 비슷한 부분도 꽤 있었지만, 개성 강한 연기로 몰입도를 높였다. 하지만 종방 직후인 이달 초 학폭이 제기됐고, 최초 보도 매체에 법적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김히어라는 "다툼만 있어도 일진, 학폭이라는 연예인에 관한 잣대와 일반화 오류 프레임으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며 부인했지만, 학폭에 휩싸인 사실만으로도 이미지 타격이 심했다. 더욱이 학폭을 소재로 한 드라마에 출연하고 가해자를 연기해 실망감이 컸다. 학폭을 사과한 안길호 PD에 이어 더 글로리 오점으로 남게 됐다.
차주영은 더 글로리 후광을 누리지 못했다. 최근 막을 내린 KBS 2TV 주말극 '진짜가 나타났다!'에서 '공태경'(안재현) 첫사랑이자 비서실장 '장세진'을 연기했다. 더 글로리 공개 전 진짜가 나타났다 출연을 결정했다고 하지만, 당시 주말극이 쇠퇴하고 있었기에 아쉬움은 클 수밖에 없다. KBS 2TV 주말극은 전성기 시절 시청률 40%가 넘었고, 주연들은 전 연령층을 아우르며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다. 진짜가 나타났다는 KBS 주말극 중 역대 최저 시청률인 22.9%로 막을 내렸고, 차주영 존재감도 두드러지지 않았다. 방송 초반부터 백진희와 안재현이 어색한 연기력으로 혹평을 받았는데, 차주영의 악녀 연기도 중·후반부로 갈수록 묻혔다. 더 글로리 속 백치미 넘치고 속물인 스튜어디스 '최혜정'을 그립게 만들었다. 첫 주연작인 tvN 사극 '원경'으로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