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률이 0%대를 기록한 인구 절벽 시대. 결혼 연령이 증가하면서 광주 난임 환자 수는 4년 새 300여 명이 늘었다.

난임 환자는 수백만 원이 드는 시술에 경제적 부담과 수정 실패에 따른 우울에 직면해있다. 치료를 위한 잦은 조퇴·휴가 문제로 직장 생활 고충도 토로하고 있다.



◆늦어지는 결혼…광주 4년 새 난임 환자 300여명 늘어



12일 통계청 '2023년 3월 인구 동향'에 따르면, 광주 1분기(1~3월) 출생아 수는 1787명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1명이나 준 수치다. 합계 출산율도 한 명이 채 안 되는 0.82명에 그쳤다.

반면 최근 4년간 난임 시술 환자는 약 300명 늘었다. 같은 기간 시술비도 30억 원 증가했다.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을 살펴보면, 광주 난임 시술 환자·시술비는 ▲2018년 6162명·75억4354만 원 ▲2019년 6042명·80억2941만 원 ▲2020년 6228명·91억5225만 원 ▲2021년 6487명·101억9061만 원이다.

국내 난임 환자 수는 지난 2021년 25만2288명으로, 2017년(20만8703명)과 비교해 20% 이상 늘었다.

대표적인 난임 배경으로는 결혼 연령이 증가에 따른 낮은 가임율, 뒤늦은 난임 치료가 꼽힌다.

통계청이 집계한 2022년 한국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3.7세, 여성 31.3세다. 가임 확률이 높은 시기는 20대이지만 첫 아이를 출산하는 산모의 평균 연령 나이는 33세인 것이다.



◆시술 한 차례에 수백만 원, 임신 실패에 스트레스도



"잦은 호르몬 주사로 몸은 아픈 데다 연이은 수정 실패, 경제적 부담까지 겹치면 스트레스가 엄청나요."

김모(44·여)씨는 결혼 이후 임신이 안 돼 7년 뒤인 38살부터 난임 치료를 시작했다.

수백만 원을 들여 인공수정과 시험관 시술을 여러 차례 받았지만, 효과는 없었다. 고령을 고려해 내년 마지막 시험관 시술을 앞두고 있다.

잦은 주사와 치료는 육체적인 고통을 수반했다.

시술 전 많은 난자를 추출하기 위해 아침저녁으로 호르몬 주사를 맞았고, 배엔 매일 시퍼런 멍 자국이 남았다. 살도 급격히 쪘고 온몸이 부었다.

"조급하지 말아야지" 다짐했지만 나이가 들수록 임신의 압박은 커졌다.

자궁 상태를 점검하러 병원을 찾을 때면 기계적이고 쌀쌀맞은 진료 태도는 그를 더욱 위축하게 했다. 가끔은 좌절을 경험한 난임 부부를 보듬어 줄 따뜻한 격려도 필요했다.

김씨는 "처음엔 잇따른 실패에 정신적으로 힘들었다"며 "시술당 100만 원 정도 정부 지원을 받지만 비급여 진료가 많아 경제적 부담은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인공수정 한 달에 10차례 진료' 눈치 보여 퇴사



"조퇴도 한 두 번이지, 진료를 가야 할 때면 동료와 회사 눈치가 보여요."

조모(42·여)씨는 몇 해 전 두 번째 자녀 계획을 위해 회사를 그만 뒀다.

인공수정을 위해선 수정 전후 여러 진료를 받아야 하는데,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잦은 내원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배란 유도·자궁벽 확인·수정·수정 이후 피검사 등 과정을 거치며 한 달에 5~6차례, 많게는 10차례 병원을 찾아야 했다.

진료를 위해 매주 1~2시간 조퇴하면 남은 일을 대신 해야 할 동료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시술 이후 몸 상태가 좋지 않더라도 이튿날 쉬지 않고, 하루만 휴가를 썼다.

조씨는 결국 인공수정을 시도한 지 1년 반 만에 퇴사했다. 반년 이후 수정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조씨는 "정부가 시술 비용을 지원하고 회사가 배려한다고 해도 직장인은 현실적으로 자유롭게 시술을 받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슬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