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B'에 그쳤던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 오지환(LG 트윈스)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오지환은 6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리는 오릭스 버팔로스와 공식 평가전에 9번 유격수로 선발 출격했다.

당초 '백업 멤버'로 분류됐던 오지환의 선발 출전은 3루수 최정(SSG 랜더스)의 컨디션 난조 여파다.

지난달 미국 애리조나에서 대표팀의 훈련을 소화한 최정은 최근 컨디션이 떨어졌다. 지난 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대표팀과 SSG 2군 연습경기에도 나오지 않고 휴식을 취했다.

문제는 대표팀에서 3루수가 주 포지션인 선수는 최정뿐이라는 점이다.

최정이 3루를 비우면서 이강철 대표팀 감독은 '3루수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하성은 대표팀의 주전 유격수로 낙점된 내야수지만 3루와 2루도 두루 볼 수 있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였던 2021년 3루수로 23경기를 소화하기도 했다.

김하성이 3루수로 이동하면서 유격수는 오지환이 책임지게 됐다.

오지환은 메이저리거인 김하성의 뒤를 받칠 계획이었지만, 내야사령관으로 책임이 더 커졌다.

페이스는 나쁘지 않다.

오지환은 애리조나 캠프에서 진행된 대표팀의 4차례 연습경기에서 10타수 3안타 1타점을 작성했다. 지난 3일 SSG 2군과 연습경기서는 4타수 3안타 3타점을 뽑아냈다.

5번의 연습경기에서 타율 0.429(14타수 6안타) 4타점을 때려내며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여기에 지난해 골든글러브를 품은 유격수답게 수비도 안정적으로 처리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오지환에게는 '국가대표'로서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심어줄 수 있는 기회다.

그는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도 선발 논란의 중심에 서며 웃지 못했다.

두 번째 국제대회 출전이었던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주전 유격수로 묵묵히 역할에 최선을 다했지만 대표팀의 부진과 함께 고개를 떨궜다.

2년 만에 다시 국가대표 영광을 안은 오지환에게 이번 WBC는 명예회복을 노릴 수 있는 무대다.

최정이 컨디션을 회복해 대표팀이 WBC에서 유격수 김하성-3루수 최정을 가동한다 해도, 백업으로 경기 후반 투입될 오지환의 역할은 결코 작지 않다.

오지환은 지난해 생애 처음으로 20(홈런)-20(도루)클럽에 달성했다. 비시즌에는 LG 선수로는 최초로 연장 계약을 맺어 6년 124억원의 잭팟을 터뜨렸다.

오지환에게는 이 같은 좋은 기운들을 대표팀에서 이어갈 절호의 기회가 왔다.

뉴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