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동안 오르던 월세 가격이 최근 하락세로 돌아섰다. 금리인상과 맞물려 월세수요가 늘며 상승세를 보여왔는데, 급매로 나온 전세매물이 먼저 소화되면서 월세의 인기가 주춤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동안 금리가 더 오를 전망이라 월세를 선호하는 추세는 지속되겠지만, 내년 입주물량이 적지 않아 임대차 시장 가격은 대체로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보인다.

2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월간 주택종합 월세가는 전월 대비 0.11% 떨어져 10월 0.05% 상승에서 하락 전환했다. 전국 월세가가 내림세를 보인 것은 2019년 10월(-0.01%) 이후 약 3년 만에 처음이다. 수도권(0.06%→-0.21%), 서울(0.09%→-0.04%), 5대광역시(-0.02%→-0.17%), 세종(-0.39%→-0.36%) 등에서 하락세였다. 아파트만 따로 떼어 보면 전국(-0.18%), 수도권(-0.32%), 서울(-0.07%) 등 하락폭이 더 크다.

기준금리 인상에 대출이자 부담이 가중되면서 월세의 인기가 높아지고 가격도 높아져 왔다. 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전국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104.5로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나타냈다가 11월 104.4로 한 풀 꺾였다.

부동산원은 "서울은 전세에서 월세 전환된 물량이 소진되고 전세가가 급격하게 하락한 일부 지역 위주로 동반 하락, 인천은 대단지 입주물량 영향으로 전세가격 하락세가 급격히 진행되는 지역 위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잠실동 리센츠아파트 전용 84㎡의 경우 지난달 24일 보증금 5억원에 월세 240만원에도 계약이 됐지만 지난 21일 5억원, 200만원에 거래가 체결됐고 현재 나와있는 매물의 호가도 비슷한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월세가 하락은 계절적 비수기에 따른 일시 현상일 수 있지만 내년 입주물량이 늘어나는 지역을 중심으로 임차인 우위 시장이 펼쳐지며 전세 및 월세가 동반하락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직방에 따르면 내년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모두 30만2075가구로 올해 25만6595가구보다 약 18% 증가한다. 수도권에서는 서울·경기·인천 모두 올해보다 물량이 늘고, 서울에선 강남구·은평구·서초구 순으로 공급이 많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전세가가 비싼 상태로 유지되는 일부 하이엔드 시장을 제외하고는 전세가의 등락에 따라 월세도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내후년까지 입주물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전세가와 월세가가 전반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슬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