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민화협 강화도평화·통일 역사기행에 참가하고
김윤호 주필입력 : 2022. 12. 21(수) 15:55
11월 26일(토), 제법 쌀쌀한 이른 아침 집을 나섰다. 민화협(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과 함께하는 통일·역사기행, ‘역사 속을 걷다 평화를 향해 달린다’를 주제로 내건 강화도 평화·통일 역사기행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멀지 않은 거리에 시내버스가 있지만 택시를 타고 월계역에 내렸다. 월계역사(月溪驛舍) 안으로 뛰다시피 빠른 걸음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나만이 아는, 나를 부르는 까치 소리가 크게 났다. 택시에서 내려서 들어온 쪽 역사 창문을 통해서 살펴보아도 보이지 않고 계속해서 까치 소리가 들렸다. 들어온 반대 방향 밖 전신주와 전신주 꼭대기에서 두 마리가 나를 바라보며 소리하고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서 전신부 꼭대기 거느다란 줄 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날개로 균형을 잡으며 소리하고 있었다. 나는 한참 동안 손을 흔들어주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두었다. 내가 일부러 움직여서 보이지 않게 되자 까치는 날아갔다. 얼마전에도 들어온 벙향의 아주 작은 창문을 통해서 소리하는 까치를 한참 바라본 일이 있다. 까치는 영물(靈物)이다.
서울시청역에서 내려서 서울시의회 앞에서 관광버스 두 대로 출발했다. 김포시 월곶면 내포리에서 강화도 강화읍 갑곶리로 연결하는 길이 780m 연륙교인 강화대교를 건너서 먼저 찾은 곳은 연미정(燕尾亭)이다.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서 강화도 동북단에서 서쪽과 남쪽으로 나뉘어서 흐르는데, 그 모양이 제비 꼬리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북으로 북한 개풍군과 파주시, 남으로 김포시가 흐릿한 날씨에 어렴풋이 보였다.
강화평화전망대는 북쪽 땅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다. 3km 강 건너서 예성강이 흐르고 우측으로 개성공단이 보이고 김포 애기봉 전망대와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 일산신도시가 있다고 하는데 망원경으로도 흐릿했다. 좌측으로는 중립지역인 나들섬과 북한 연백군으로 북한 주민생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멀리 개성공단 탑과 송악산도 그림처럼 흐릿하게 보였다. 강 건너 북한 산과 마을, 사람들이 보이고 예성강, 임진강, 한강이 만나서 어디서 왔냐고 묻지 않고 소리없이 함께 흘러가고 있었다.
통일을 염원하는 쪽지들이 수북이 붙혀져 있는 통일 염원소를 보니,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비극의 현장 진도 팽목항과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의 현장 이태원역을 방문해서 느꼈던 뜨거운 것이 솟구쳐 올랐다. 이 뜨거운 염원들이 현실이 될 날은 언제나 찾아올 것인가. 강화평화전망대에서 밖으로 나와서 추석 같은 명절 때, 실향민들이 북쪽에 계시는 부모님과 조상님들을 향하여 차례(茶禮)를 지내는 망배단(望拜壇)과 그리운 금강산 노래비를 보았다. 금강산 길도, 개성가는 길도, 평양가는 길도 모두 막혀버린 지금 이곳에서 흘러나오는 ‘그리운 금강산’ 노래를 들으니 코끝이 찡해 왔다. 이곳에서도 북한 땅이 강 건너 지척에서 보였다.
2014년 개통된 강화도와 교동도를 연결하는 길이 2.11km의 교동대교(喬桐大橋)를 지나서 교동도(喬桐島)를 찾았다. 교동도는 강화도 서북부 최북단 접경지역이어서 민간인 통제구역으로 귀신 잡는 우리 해병이 지키고 있다. 6·25전쟁 난리 통에 나룻배 타고 잠시 피난왔다가 어언 70년이 흘러갔어도 고향 땅을 바로 눈 앞에 두고 돌아가지 못하는 한(恨) 맺힌 실향민 집성촌이다.
두고 온 고향 황해도 연백군의 연백시장을 본떠 만들었다는 골목시장인 대룡시장을 둘러보고, 조그마한 대폿집에 들어가서 함께 간 일행들과 녹두전에 쌀막걸리를 한 잔 했다. 교동도에서 나는 새우젓갈이 하도나 맛있게 보여서 한 통 사가지고 왔다.
교동도의 제비집은 어느 곳의 제비집과 다르다. 저기 보이는 연백평야 등 고향 흙을 제비가 물어다가 처마 밑에 짓는 제비집에는 고향 땅에 계시는 부모님 얼굴이 있고 자식들과 형제자매들의 웃음이 있다고 실향민들은 생각했다. 교동 제비집은 피난나온 실향민들의 위안과 기쁨이 되고 있다. 물고가들과 새들만이 자유롭게 넘나드는 북녘 산하를 바라보는 마음은 통일문제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썩 그리 밝은 편이 아니었다. 몇 차례 다녀온 강화도이지만 갈 때마다 감회가 다른 것은 나 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나는 역사의 주체요, 역사 진보의 원동력인 위대한 우리 민중을 굳게 믿는다. 수천년 피투성이 고난의 역사를 견디고 이겨낸 우리 국민, 우리 민족은 위대하기 때문이다. 많은 우여곡절은 있겠지만 위대한 우리 민중은 반드시 통일대업을 이루고 선진민주국가로 세계 속에 우뚝 설 날이 올 것이다.
김윤호 주필
그런데 나만이 아는, 나를 부르는 까치 소리가 크게 났다. 택시에서 내려서 들어온 쪽 역사 창문을 통해서 살펴보아도 보이지 않고 계속해서 까치 소리가 들렸다. 들어온 반대 방향 밖 전신주와 전신주 꼭대기에서 두 마리가 나를 바라보며 소리하고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서 전신부 꼭대기 거느다란 줄 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날개로 균형을 잡으며 소리하고 있었다. 나는 한참 동안 손을 흔들어주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두었다. 내가 일부러 움직여서 보이지 않게 되자 까치는 날아갔다. 얼마전에도 들어온 벙향의 아주 작은 창문을 통해서 소리하는 까치를 한참 바라본 일이 있다. 까치는 영물(靈物)이다.
서울시청역에서 내려서 서울시의회 앞에서 관광버스 두 대로 출발했다. 김포시 월곶면 내포리에서 강화도 강화읍 갑곶리로 연결하는 길이 780m 연륙교인 강화대교를 건너서 먼저 찾은 곳은 연미정(燕尾亭)이다.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서 강화도 동북단에서 서쪽과 남쪽으로 나뉘어서 흐르는데, 그 모양이 제비 꼬리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북으로 북한 개풍군과 파주시, 남으로 김포시가 흐릿한 날씨에 어렴풋이 보였다.
강화평화전망대는 북쪽 땅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다. 3km 강 건너서 예성강이 흐르고 우측으로 개성공단이 보이고 김포 애기봉 전망대와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 일산신도시가 있다고 하는데 망원경으로도 흐릿했다. 좌측으로는 중립지역인 나들섬과 북한 연백군으로 북한 주민생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멀리 개성공단 탑과 송악산도 그림처럼 흐릿하게 보였다. 강 건너 북한 산과 마을, 사람들이 보이고 예성강, 임진강, 한강이 만나서 어디서 왔냐고 묻지 않고 소리없이 함께 흘러가고 있었다.
통일을 염원하는 쪽지들이 수북이 붙혀져 있는 통일 염원소를 보니,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비극의 현장 진도 팽목항과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의 현장 이태원역을 방문해서 느꼈던 뜨거운 것이 솟구쳐 올랐다. 이 뜨거운 염원들이 현실이 될 날은 언제나 찾아올 것인가. 강화평화전망대에서 밖으로 나와서 추석 같은 명절 때, 실향민들이 북쪽에 계시는 부모님과 조상님들을 향하여 차례(茶禮)를 지내는 망배단(望拜壇)과 그리운 금강산 노래비를 보았다. 금강산 길도, 개성가는 길도, 평양가는 길도 모두 막혀버린 지금 이곳에서 흘러나오는 ‘그리운 금강산’ 노래를 들으니 코끝이 찡해 왔다. 이곳에서도 북한 땅이 강 건너 지척에서 보였다.
2014년 개통된 강화도와 교동도를 연결하는 길이 2.11km의 교동대교(喬桐大橋)를 지나서 교동도(喬桐島)를 찾았다. 교동도는 강화도 서북부 최북단 접경지역이어서 민간인 통제구역으로 귀신 잡는 우리 해병이 지키고 있다. 6·25전쟁 난리 통에 나룻배 타고 잠시 피난왔다가 어언 70년이 흘러갔어도 고향 땅을 바로 눈 앞에 두고 돌아가지 못하는 한(恨) 맺힌 실향민 집성촌이다.
두고 온 고향 황해도 연백군의 연백시장을 본떠 만들었다는 골목시장인 대룡시장을 둘러보고, 조그마한 대폿집에 들어가서 함께 간 일행들과 녹두전에 쌀막걸리를 한 잔 했다. 교동도에서 나는 새우젓갈이 하도나 맛있게 보여서 한 통 사가지고 왔다.
교동도의 제비집은 어느 곳의 제비집과 다르다. 저기 보이는 연백평야 등 고향 흙을 제비가 물어다가 처마 밑에 짓는 제비집에는 고향 땅에 계시는 부모님 얼굴이 있고 자식들과 형제자매들의 웃음이 있다고 실향민들은 생각했다. 교동 제비집은 피난나온 실향민들의 위안과 기쁨이 되고 있다. 물고가들과 새들만이 자유롭게 넘나드는 북녘 산하를 바라보는 마음은 통일문제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썩 그리 밝은 편이 아니었다. 몇 차례 다녀온 강화도이지만 갈 때마다 감회가 다른 것은 나 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나는 역사의 주체요, 역사 진보의 원동력인 위대한 우리 민중을 굳게 믿는다. 수천년 피투성이 고난의 역사를 견디고 이겨낸 우리 국민, 우리 민족은 위대하기 때문이다. 많은 우여곡절은 있겠지만 위대한 우리 민중은 반드시 통일대업을 이루고 선진민주국가로 세계 속에 우뚝 설 날이 올 것이다.
김윤호 주필ihonam@naver.com
|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