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 배구 미디어데이에서 지난 시즌 꼴찌 현대캐피탈이 우승후보로 거론돼 화제가 됐다. 수년째 부진했던 현대캐피탈이 갑자기 우승후보로 회자된 이유는 무엇일까.

권영민 한국전력 감독은 미디어데이 현장에서 예상 우승후보를 묻는 질문에 "제가 생각하기로는 현대캐피탈이 우승권에 제일 가까운 것 같다"고 답했다.

권 감독은 이어 "좋은 용병(오레올 까메호·등록명 오레올)도 들어왔고 기존에 있는 선수들이 워낙 좋다"며 "허수봉, 전광인, 최민호, 박상하가 있다. 세터의 경우 김명관이 부상이지만 이원중도 있고 드래프트도 1라운드(한양대 출신 세터 이현승)로 뽑았기 때문에 전력이 제일 좋은 것 같다"고 평했다.

후인정 KB손해보험 감독 역시 "올해는 현대캐피탈이 우승 후보 같다"고 말했다. 후 감독은 "국내 선수가 좋고 좋은 용병을 뽑았다"며 "드래프트에서 좋은 신인까지 뽑았으니 최태웅 감독의 말처럼 2년의 시행착오를 딛고 이번에는 좋은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한다"고 예상했다.

현대캐피탈이 몇 년간 계속 부진했다는 점에서 두 감독의 발언은 배구팬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현대캐피탈은 V-리그 출범 후 챔피언결정전 우승 4회에 빛나는 명문이지만 2018~2019시즌 챔프전 우승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코로나19로 조기 종료된 2019~2020시즌 3위, 2020~2021시즌 6위, 2021~2022시즌 7위로 부진했다.

아울러 권 감독과 후 감독 모두 현대캐피탈에서 10년 넘게 선수 생활을 하며 최태웅 현 감독과 한솥밥을 먹은 이들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덕담으로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현대캐피탈 전력을 직접 본 이들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무시하고 넘기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실제로 현대캐피탈은 OK금융그룹을 제외한 남자부 6개팀이 지난달 말 충북 단양에 모여 치른 초청경기 때 대한항공과 KB손해보험에 모두 이기는 등 2승1무1패로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외국인 선수까지 함께 뛴 경기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성적이었다.

최태웅 감독이 이끌고 있는 리빌딩 작업 역시 막바지로 평가된다. 현대캐피탈은 2020~2021시즌 팀 주축이었던 신영석, 황동일, 김지한을 한국전력에 내주고 김명관과 이승준, 2021년 신인 선수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받았다. 이후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로 시즌을 치르면서 부득이 성적이 하락했다.

리빌딩 종료가 임박한 이번 시즌에는 전광인, 허수봉, 최민호, 박경민, 박상하, 김명관, 오레올 등이 주전으로 나설 전망이다. 전반적으로 크게 약점이 없는 스쿼드라는 게 배구계 안팎의 평가다.

특히 쿠바 출신 오레올은 현대캐피탈과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선수다. 그는 2015~16시즌 현대캐피탈에서 뛰며 프로리그 최초 18연승을 이끌어 팀을 정규리그 1위에 올렸다. 챔피언결정전에서 OK저축은행(현 OK금융그룹)에 패해 준우승했지만 당시 현대캐피탈은 V리그를 강타했다. 당시는 최태웅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첫 해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현대캐피탈이 이번 시즌에는 강팀의 면모를 회복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최태웅 감독의 각오도 남다르다. 최 감독은 디펜딩 챔피언 대한항공을 겨냥해 "올해는 쉽게 우승 못하게 (대한항공을) 괴롭혀 보려고 한다"며 "제가 그간 리빌딩하면서 알면서도 못하는 상황이 많았는데 올해는 기필코 막아보겠다"고 밝혔다.

최 감독은 미디어데이 행사 중 이번 시즌을 음식에 비유해 달라는 요구에는 납작만두라는 답을 내놨다. 최 감독은 "제가 2년 동안 납작 엎드렸는데 이번에는 상대팀을 납작하게 만들어주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선수들 역시 각오가 돼있다. 허수봉은 "우승하려고 훈련을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돌아온 오레올 역시 "열심히 준비했다.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고 팀에 어울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