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누구든 오만하지 말라는 것이 대선 민심이다
김윤호 주필입력 : 2022. 04. 03(일) 16:39
3월 9일(수) 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지 20일이 되었다. 정치가 불신과 혐오의 대상이지만, 5년 간 국민의 삶과 국가 명운을 책임질 대통령을 뽑는 선거 결과에 대하여 모두가 나름의 생각과 소감을 갖고 있을 것이다.
후보가 싫지만 상대방 후보는 더욱 싫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역대 최악의 비(非)호감 선거, 후보 본인과 부인, 장모와 아들 등 가족 리스크가 큰 선거, 그래서 선거운동 기간과 투표 당일에도 거대 양당 두 후보들이 부인과 함께 나타나지 못했던 선거,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모두 국회의원도 장관도 해 보지 않은 정치 변두리, 아웃사이더 출신이다. 전례없는 희한한 대통령 선거 모습이었다. 저렇게 반칙과 특권, 불법의 의혹을 받고도 대통령 후보가 되고 대통령이 되는 것을 바라본 국민들은 무력감과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에 빠질까 두렵다.
여기에 투표 결과는 더욱 놀라운 역사적인 신기록이 나왔다. 투표율 77.1%, 투표자 34,067,853명에서 윤 후보가 48.56%를 득표해서 47.83%를 득표한 이 후보를 0.73%, 24만 7077표라는 대통령 선거 사상 최소 표차로 당선되었다. ‘깻잎 한 장 차이’라고 한다. 코로나 확산 속에서 치른 이번 대선 투표율은 2000년대 이후 5번의 대선 가운데 가장 투표율이 높았던 지난 19대 대선(77.2%)과 거의 비슷하다. 무효표(30만7542표)보다 적은 1, 2위 후보 간의 24만7077표 차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좋을까. 선거운동 기간의 열정과 흥분을 가라 앉히고 차분히 되새겨보는 일도 무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역사에서 교훈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한겨울의 강추위 속에서도 20여 회의 촛불집회의 혁명정신으로 절대적인 국민 지지 속에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조국사태 등 내로남불과 위선, 오만으로 국민들에게 큰 실망과 분노를 안겨주었다. 정권교체 여론이 50%를 상회하는 구조적인 악조건 속에서 이재명 후보는 개인기(個人技)로 악전고투하여 대단한 성과를 냈다. 이 후보는 정권교체라는 거대한 흐름을 역류(逆流)하여 필사적으로 올라가는 한 마리 물고기 같았다. 윤 후보가 가족을 포함하여 도덕적으로 조금만 흠(欠)이 적었더라면 이번 대선은 게임도 되지 않는 싱거운 게임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이 후보가 대장동 의혹과 부인 등 가족 리스크가 없었다면 선거 결과는 정반대가 되었을 수도 있다.
1987년 6월, 피 흘린 민중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한 이후, 노태우·김영삼 보수정권 10년, 김대중·노무현 진보정권 10년,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10년을 거쳐오면서 정권교체 10년 주기설(週期說)이 나돌기도 했다. 국민은 주기설을 깨버렸다.
민주당은 억울해 할 일이 아니고, 후보와 정당 지지율에서 계속 크게 밀리다가 초박빙의 승부를 만들어서 체면을 세워준 국민에게 크게 감사해야 한다. 그 동안의 잘못과 내로남불에 대하여 의례적인 비상대책위원회만 꾸려서 적당히 넘어갈 일이 아니고 국민 앞에 처절한 반성과 사죄를 하고 진심으로 석고대죄(席藁待罪) 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자기들이 잘 했거나 후보가 좋아서 찍어준 것이 아니고, 상대당과 후보가 너무 싫으니까 찍어주었다는 사실을 뼈에 새겨야 한다. 투표 당일 개표 초반에는 계속 지다가 밤 12시 넘어서야 역전하기 시작해서, 별주부전(鼈主簿傳)에서 토끼가 용궁에 갔다가 간신히 살아나온 형국이었다. 이겨도 아슬아슬한 표차로 간신히 이기게 해준 국민의 뜻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투표 다음날, 당선이 확정된 3월 10일, 윤 후보가 당선 소감을 발표하면서 ‘국민’을 36번 말한 것은 ‘국민’이 무섭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후보와 24만 7077표 차이를 달리 표현하면, 윤 후보 득표에서 12만 4천표만 이 후보를 찍었다면 이 후보가 승자가 될 수 있다. 3천4백만여 명의 투표자 가운데, 24만표, 12만4천표는 패자 측에서는 허탈감을 느낄 수 있는 적은 숫자다. 정책 같은 거대공약 보다도 후보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 핵심 참모진의 언행 하나에 민심의 파도가 출렁거렸다.
막장드라마 같은 한국 대선, 끝나도 끝난 것이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게임은 끝나고 승패도 갈렸지만, 국민은 분열과 대립으로 두 편으로 완전히 나뉘어저 있다. 이제 두 후보가 선거운동 기간 주문(呪文)처럼 입에 달고 다녔던 ‘국민 통합’이 최대 숙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민주당도 국민 통합, 코로나 극복, 청년·여성·노인 등 정책 강화, 지역균형 발전, 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시대정신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만약 윤석열 정부가 이러한 국민의 절박한 명령과 도도한 시대 흐름을 소홀히 하거나 역행하면, ‘내가 권력을 만들 수도 있고 바꿀 수도 있다’는 정치적 효능감을 여러 번 맛본 우리 국민들은 5년 후, 또는 5년이 되기도 전에 거대한 실망과 분노를 표출할 수도 있다.
인간은 남 보다 무엇을 조금 더 가졌거나 조금 더 잘하면 자칫 오만(傲慢)해지기 쉬운 동물이다. 승자가 큰 표 차이로 이겼다면 오만해지기 쉽다. 그래서 역대 최소 표차로 정권을 맡겼다. 패자는 잘못이 많기에 5년 만에 정권을 빼앗되 좌절하지 말라고 역대 최소 표차로 심판했다. 그러나 큰 표차로 지지 안했다고 오만해지기 쉽다. 20대 대선 민심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오만하지 말라는 국민의 절묘하고 강력한 경고다. 우리 국민은 위대하고 현명하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기원한다.
김윤호 주필
후보가 싫지만 상대방 후보는 더욱 싫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역대 최악의 비(非)호감 선거, 후보 본인과 부인, 장모와 아들 등 가족 리스크가 큰 선거, 그래서 선거운동 기간과 투표 당일에도 거대 양당 두 후보들이 부인과 함께 나타나지 못했던 선거,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모두 국회의원도 장관도 해 보지 않은 정치 변두리, 아웃사이더 출신이다. 전례없는 희한한 대통령 선거 모습이었다. 저렇게 반칙과 특권, 불법의 의혹을 받고도 대통령 후보가 되고 대통령이 되는 것을 바라본 국민들은 무력감과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에 빠질까 두렵다.
여기에 투표 결과는 더욱 놀라운 역사적인 신기록이 나왔다. 투표율 77.1%, 투표자 34,067,853명에서 윤 후보가 48.56%를 득표해서 47.83%를 득표한 이 후보를 0.73%, 24만 7077표라는 대통령 선거 사상 최소 표차로 당선되었다. ‘깻잎 한 장 차이’라고 한다. 코로나 확산 속에서 치른 이번 대선 투표율은 2000년대 이후 5번의 대선 가운데 가장 투표율이 높았던 지난 19대 대선(77.2%)과 거의 비슷하다. 무효표(30만7542표)보다 적은 1, 2위 후보 간의 24만7077표 차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좋을까. 선거운동 기간의 열정과 흥분을 가라 앉히고 차분히 되새겨보는 일도 무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역사에서 교훈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한겨울의 강추위 속에서도 20여 회의 촛불집회의 혁명정신으로 절대적인 국민 지지 속에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조국사태 등 내로남불과 위선, 오만으로 국민들에게 큰 실망과 분노를 안겨주었다. 정권교체 여론이 50%를 상회하는 구조적인 악조건 속에서 이재명 후보는 개인기(個人技)로 악전고투하여 대단한 성과를 냈다. 이 후보는 정권교체라는 거대한 흐름을 역류(逆流)하여 필사적으로 올라가는 한 마리 물고기 같았다. 윤 후보가 가족을 포함하여 도덕적으로 조금만 흠(欠)이 적었더라면 이번 대선은 게임도 되지 않는 싱거운 게임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이 후보가 대장동 의혹과 부인 등 가족 리스크가 없었다면 선거 결과는 정반대가 되었을 수도 있다.
1987년 6월, 피 흘린 민중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한 이후, 노태우·김영삼 보수정권 10년, 김대중·노무현 진보정권 10년,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10년을 거쳐오면서 정권교체 10년 주기설(週期說)이 나돌기도 했다. 국민은 주기설을 깨버렸다.
민주당은 억울해 할 일이 아니고, 후보와 정당 지지율에서 계속 크게 밀리다가 초박빙의 승부를 만들어서 체면을 세워준 국민에게 크게 감사해야 한다. 그 동안의 잘못과 내로남불에 대하여 의례적인 비상대책위원회만 꾸려서 적당히 넘어갈 일이 아니고 국민 앞에 처절한 반성과 사죄를 하고 진심으로 석고대죄(席藁待罪) 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자기들이 잘 했거나 후보가 좋아서 찍어준 것이 아니고, 상대당과 후보가 너무 싫으니까 찍어주었다는 사실을 뼈에 새겨야 한다. 투표 당일 개표 초반에는 계속 지다가 밤 12시 넘어서야 역전하기 시작해서, 별주부전(鼈主簿傳)에서 토끼가 용궁에 갔다가 간신히 살아나온 형국이었다. 이겨도 아슬아슬한 표차로 간신히 이기게 해준 국민의 뜻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투표 다음날, 당선이 확정된 3월 10일, 윤 후보가 당선 소감을 발표하면서 ‘국민’을 36번 말한 것은 ‘국민’이 무섭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후보와 24만 7077표 차이를 달리 표현하면, 윤 후보 득표에서 12만 4천표만 이 후보를 찍었다면 이 후보가 승자가 될 수 있다. 3천4백만여 명의 투표자 가운데, 24만표, 12만4천표는 패자 측에서는 허탈감을 느낄 수 있는 적은 숫자다. 정책 같은 거대공약 보다도 후보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 핵심 참모진의 언행 하나에 민심의 파도가 출렁거렸다.
막장드라마 같은 한국 대선, 끝나도 끝난 것이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게임은 끝나고 승패도 갈렸지만, 국민은 분열과 대립으로 두 편으로 완전히 나뉘어저 있다. 이제 두 후보가 선거운동 기간 주문(呪文)처럼 입에 달고 다녔던 ‘국민 통합’이 최대 숙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민주당도 국민 통합, 코로나 극복, 청년·여성·노인 등 정책 강화, 지역균형 발전, 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시대정신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만약 윤석열 정부가 이러한 국민의 절박한 명령과 도도한 시대 흐름을 소홀히 하거나 역행하면, ‘내가 권력을 만들 수도 있고 바꿀 수도 있다’는 정치적 효능감을 여러 번 맛본 우리 국민들은 5년 후, 또는 5년이 되기도 전에 거대한 실망과 분노를 표출할 수도 있다.
인간은 남 보다 무엇을 조금 더 가졌거나 조금 더 잘하면 자칫 오만(傲慢)해지기 쉬운 동물이다. 승자가 큰 표 차이로 이겼다면 오만해지기 쉽다. 그래서 역대 최소 표차로 정권을 맡겼다. 패자는 잘못이 많기에 5년 만에 정권을 빼앗되 좌절하지 말라고 역대 최소 표차로 심판했다. 그러나 큰 표차로 지지 안했다고 오만해지기 쉽다. 20대 대선 민심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오만하지 말라는 국민의 절묘하고 강력한 경고다. 우리 국민은 위대하고 현명하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기원한다.
김윤호 주필ihonam@naver.com
|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