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백두에서 한라까지 한라에서 백두까지
김윤호 주필입력 : 2021. 11. 14(일) 16:19
오래 전부터 미루어왔던 꿈 하나를 이루었다. 민족의 영산(靈山) 백두산은 1990년 8월부터 찾아가기 시작하여 백두산역사문화탐방을 20회를 주최하고 찾아갔다. 내가 가입한 단체를 따라서 간 것 까지 생각하면 스무 번도 더 방문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남쪽에서 가장 높고 아름다운 산 한라산 정상 백록담은 언제인지 모를 오래 전에 한 번 가본 듯 해서 제대로 한 번 가보고 싶은 꿈을 가졌다. 오래 묵혀두었던 한라산 등정(登頂)의 꿈을 마침내 이룬 것이다. 물론 제주도는 신혼여행도 가고 많이 갔다.
올해 3월 23일에도 한라산 정상에 오르고자 찾아갔으나 한라산 입구 성판악(城板岳)을 찾아간다는 것이 서귀포로 갔다가 성판악으로 오니, 오전 11시 30분이 되었다. 한라산 정상 백록담을 2.3km 남겨둔 진달래밭 대피소(휴게소)에서 오후 2시 30분에 백록담으로 출발하고자 할 때는 12시 30분에 진달래밭 대피소(휴게소)를 통과해서 출발해야 한다는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직원의 통제에 따라서 발길을 아쉽게 돌렸다.
지난 11월 3일, 한라산 등정 하루 전에 출발하는 서울에서 부터 새벽에 일어나서 집 앞 편백나무 우거진 동네 공원에 나가서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새롭게 했다. 김포공항에서 제주항공을 타고 제주공항에 내려서 바로 호텔에 갔다. 여장을 풀고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 가서 성판악을 거처서 서귀포로 가는 281번 버스를 탔다. 서귀포시외버스터미널에 내렸다가 다시 281번을 타고 성판악을 거처서 제주시로 돌아왔다. 내일 성공적인 한라산 등반을 위하여 사전 답사를 한 셈이다. 무었이나 잘 하려면 사전 예행연습, 사전 준비가 필요한 법이다. 호텔에 돌아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11월 4일(목), 드디어 한라산 등정의 날이다. 새벽 3시에 일어나서 기도하고 체조하고 목욕 제계(齊戒)헸다.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 택시를 타고 가서 6시에 서귀포 가는 첫차 281번을 타고 성판악에 6시 45분에 내렸다. 입장하려니 코로나 방역 차원에서 사전 예약자 천 명만 입장 가능하단다. 아, 설레이던 무지개빛 희망이 캄캄한 절망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왜 한라산 산신령님이 나에게 이렇게 시련을 주는지 모르겠다. 백두산만 좋아라고 찾아다니다가 이제야 오니까 벌을 주시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코로나 시대라서 국립공원 산행에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아무리 궁리를 해도 뽀쭉한 수는 생각나지 않고 제주시로 다시 돌아가야 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절망만 하고 주저 앉아 있을 수는 없다. 입장 통과를 시키는 직원들에게 예약 방법을 물어서 예약자가 예약 취소를 하는 보이지 않는 순간을 포착해서 예약을 하는 막막한 방법을 알아냈다. 성판악 휴게소에 앉아서 예약 버튼을 간절한 마음으로 수없이 누르다가 한 시간 만에 드디어 예약에 성공했다.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라고 했던가. 지극한 정성이면 하늘도 감동한다는 말이 맞다.
7시 40분에 성판악에서 출발하여 10시 진달래발 대피소에 도착했다. 성판악에서 백록담까지 9.6km 4시간 30분이 소요된다는 등산 안내 표지판이 곳곳에 세워져 있었다. 산행할 때마다 절실하게 느끼고 깨닫는 것은 등산은 참으로 공평하고 진실되다는 사실이다. 누구나 자기 몸을 이끌고 땀을 흘리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야 한다. 여기에는 부모 찬스도 없고, 더구나 세상에 횡행하는 반칙과 불법, 몰상식과 부패는 발 붙일 곳이 없다.
잠시 쉬면서 가지고 간 감과 빵을 먹고 출발하여 11시 40분, 꿈에 그리던 한라산 정상 백록담에 도착했다. 백두산(白頭山) 장군봉(將軍峰) 2,750m, 한라산(漢拏山) 백록담(白鹿潭) 1,950m, 지리산(智異山) 천왕봉(天王峰) 1,915m를 뜻 글자인 한자(漢字)까지 나란히 적어 놓고 싶다. 흰 사슴이 뛰어놀면서 물을 먹었다는 백록담에는 아쉽게도 물이 없었다. 백두산 천지에는 파란 물이 얼마나 솟구처 오르는지, 북한 쪽 백두폭포와 중국 쪽 장백폭포로 사시사철 엄청난 폭포물이 쏟아지고 있다. 신비롭고 장엄한 일이다.
하산길은 성판악과 반대편 관음사 쪽 길을 택했다. 백록담에서 관음사 탐방로 입구까지 8.7km 5시간이 걸린다는 등산 안내 표지만이 있었다. 가파르고 힘든 길이었다. 그래서 많은 등산객들이 성판악 길을 찾는 것 같다. 한라산 단풍은 성판악에서 올라가는 길에는 거의 없고, 관음사 쪽 하산길에는 있었으나 설악산이나 내장산 단풍처럼 핏빛 적홍색은 아니었다. 많은 산행인들 사이에서 초등학생과 여중생 같은 장한 미래 세대를 보는 기쁨도 있었다. 한라산 등정을 하늘도 도와주는지 맑은 가을 날씨였다. 천지신명께 감사드린다.
김윤호 주필
올해 3월 23일에도 한라산 정상에 오르고자 찾아갔으나 한라산 입구 성판악(城板岳)을 찾아간다는 것이 서귀포로 갔다가 성판악으로 오니, 오전 11시 30분이 되었다. 한라산 정상 백록담을 2.3km 남겨둔 진달래밭 대피소(휴게소)에서 오후 2시 30분에 백록담으로 출발하고자 할 때는 12시 30분에 진달래밭 대피소(휴게소)를 통과해서 출발해야 한다는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직원의 통제에 따라서 발길을 아쉽게 돌렸다.
지난 11월 3일, 한라산 등정 하루 전에 출발하는 서울에서 부터 새벽에 일어나서 집 앞 편백나무 우거진 동네 공원에 나가서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새롭게 했다. 김포공항에서 제주항공을 타고 제주공항에 내려서 바로 호텔에 갔다. 여장을 풀고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 가서 성판악을 거처서 서귀포로 가는 281번 버스를 탔다. 서귀포시외버스터미널에 내렸다가 다시 281번을 타고 성판악을 거처서 제주시로 돌아왔다. 내일 성공적인 한라산 등반을 위하여 사전 답사를 한 셈이다. 무었이나 잘 하려면 사전 예행연습, 사전 준비가 필요한 법이다. 호텔에 돌아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11월 4일(목), 드디어 한라산 등정의 날이다. 새벽 3시에 일어나서 기도하고 체조하고 목욕 제계(齊戒)헸다.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 택시를 타고 가서 6시에 서귀포 가는 첫차 281번을 타고 성판악에 6시 45분에 내렸다. 입장하려니 코로나 방역 차원에서 사전 예약자 천 명만 입장 가능하단다. 아, 설레이던 무지개빛 희망이 캄캄한 절망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왜 한라산 산신령님이 나에게 이렇게 시련을 주는지 모르겠다. 백두산만 좋아라고 찾아다니다가 이제야 오니까 벌을 주시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코로나 시대라서 국립공원 산행에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아무리 궁리를 해도 뽀쭉한 수는 생각나지 않고 제주시로 다시 돌아가야 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절망만 하고 주저 앉아 있을 수는 없다. 입장 통과를 시키는 직원들에게 예약 방법을 물어서 예약자가 예약 취소를 하는 보이지 않는 순간을 포착해서 예약을 하는 막막한 방법을 알아냈다. 성판악 휴게소에 앉아서 예약 버튼을 간절한 마음으로 수없이 누르다가 한 시간 만에 드디어 예약에 성공했다.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라고 했던가. 지극한 정성이면 하늘도 감동한다는 말이 맞다.
7시 40분에 성판악에서 출발하여 10시 진달래발 대피소에 도착했다. 성판악에서 백록담까지 9.6km 4시간 30분이 소요된다는 등산 안내 표지판이 곳곳에 세워져 있었다. 산행할 때마다 절실하게 느끼고 깨닫는 것은 등산은 참으로 공평하고 진실되다는 사실이다. 누구나 자기 몸을 이끌고 땀을 흘리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야 한다. 여기에는 부모 찬스도 없고, 더구나 세상에 횡행하는 반칙과 불법, 몰상식과 부패는 발 붙일 곳이 없다.
잠시 쉬면서 가지고 간 감과 빵을 먹고 출발하여 11시 40분, 꿈에 그리던 한라산 정상 백록담에 도착했다. 백두산(白頭山) 장군봉(將軍峰) 2,750m, 한라산(漢拏山) 백록담(白鹿潭) 1,950m, 지리산(智異山) 천왕봉(天王峰) 1,915m를 뜻 글자인 한자(漢字)까지 나란히 적어 놓고 싶다. 흰 사슴이 뛰어놀면서 물을 먹었다는 백록담에는 아쉽게도 물이 없었다. 백두산 천지에는 파란 물이 얼마나 솟구처 오르는지, 북한 쪽 백두폭포와 중국 쪽 장백폭포로 사시사철 엄청난 폭포물이 쏟아지고 있다. 신비롭고 장엄한 일이다.
하산길은 성판악과 반대편 관음사 쪽 길을 택했다. 백록담에서 관음사 탐방로 입구까지 8.7km 5시간이 걸린다는 등산 안내 표지만이 있었다. 가파르고 힘든 길이었다. 그래서 많은 등산객들이 성판악 길을 찾는 것 같다. 한라산 단풍은 성판악에서 올라가는 길에는 거의 없고, 관음사 쪽 하산길에는 있었으나 설악산이나 내장산 단풍처럼 핏빛 적홍색은 아니었다. 많은 산행인들 사이에서 초등학생과 여중생 같은 장한 미래 세대를 보는 기쁨도 있었다. 한라산 등정을 하늘도 도와주는지 맑은 가을 날씨였다. 천지신명께 감사드린다.
김윤호 주필ihonam@naver.com
|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