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치와 정치인, 그리고 우리네 삶
김윤호 주필입력 : 2021. 07. 18(일) 19:05
현대는 정치의 시대, 정치화의 시대(age of politicization)라고 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찍이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정치적 동물(political animal)이라고 규정했다.

현대철학의 주류 분석철학 창시자요, 195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영국의 철학자·역사가 버트런드 러셀(Bertrand Arthur William Russell)경은 인간의 소망은 평화·자유·행복인데, 인간은 자연과의 싸움, 인간과의 싸움, 자기 자신과의 싸움, 세 가지 선한 투쟁을 하게 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말년에까지 지치지 않고 반핵, 반전 등 사회운동을 계속했던 당대 최고의 명사였다.

정치란 무엇일까. 정치학자에 따라서 많은 개념과 정의(定義)가 있다. 인간의 욕망은 무한한데 자연과 사회가 배분할 수 있는 자원과 가치는 유한하다. 그래서 사회 있는 곳에 정치가 있지 않을 수가 없다. 인간의 불완전성과 복잡성에서 유래되는 인간과 인간의 대립·경합·투쟁을 적절하게 해결하여 사회의 통합을 이룸으로서 통일적인 질서를 형성·유지해 가는 것이 정치라고 할 수 있다.

정치란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국민들의 의사를 모아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하여 정책을 만들고 입법하고 집행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치를 국가의 주인인 국민 모두가 일상적으로 나서서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인류가 수 천년 피 어린 투쟁을 통해서 쟁취한 제도가 대표자를 선출하는 선거제도이다. 국가의 안전과 발전, 국민들의 행복과 이익을 위하여 일할 수 있는 대표자, 심부름꾼을 뽑아서 급여를 주고, 4년 또는 5년의 임기가 끝나면 선거(투표)를 통하여 심판한다. 이것이 인류가 피 흘리면서 쟁취한 최고의 제도로서 창출된 대의(代議)민주주의이다.

국민을 위한 일을 하라고 뽑아준 심부름꾼, 대표자가 정치인이고, 그러한 일을 하겠다고 활동하는 사람도 정치인이다. 정치인은 대개 좋은 학교 나오고, 좋은 연줄(빽)이 있거나, 많은 돈이 있거나, 높은 명예(지명도)가 있거나해서 전국적이거나 지역적으로 주민들·선거민들의 인정과 지지를 받아야 한다. 대개 정치인은 똑똑하고 돈도 있고 머리도 좋고 말도 잘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욕을 제일 많이 얻어 먹고 불신 받는 사람이 정치인이다. 말로는 가장 옳은 말, 가장 듣기 좋은 말, 가장 선한 말을 한다. 실제 행동은 정반대가 많다. 그래서 말과 행동이 다른 언행 불일치, 위선(僞善)이 정치인들의 대명사가 되었다. 자기나 자기 집단에 대한 잣대와 남이나 남의 집단에 대한 잣대가 다르다. 입장이 바뀌면 잣대도 정반대로 바뀐다. 그래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이 시대적인 유행어가 되었다.

정치인들은 거짓말도 얼마나 교묘하게 잘 둘러대고 빌빌 꼬아서 말을 잘 하는지 감탄하게 만든다. 가방 끈이 짧거나 머리 나쁜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게 말을 잘 한다. 눈치도 빠르고, 도망(은둔)도 잘하고, 은폐도 잘하고, 부인도 잘하고, 얼굴도 두꺼워야 하고, 왜곡 조작도 잘 하고, 동문서답도 잘하고, 유체이탈(遺體離脫) 화법도 잘한다.

그런데 우리가 불신하고 혐오하고 환멸을 하는 정치와 정치인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가 없다. 정치는 우리가 바라든, 바라지 않든 우리 자신과 가족, 사회와 국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정치와 정치인이 싫어서 외면하고 무관심해도 우리 삶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 멀리 무인 고도(孤島)나 깊은 산 속 움막집에 들어가서 살더라도 정치의 직접적·간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다.

평소 정치가 싫고 정치인에 환멸과 혐오를 하고 욕을 하더라도, 정치와 정치인을 잘 살펴보고 선거 때가 오면 국가의 주권자(주인)로서 절대로 기권하지 말고 잘 잘못을 냉정하게 심판해야 한다. 지역·이념·세대·정파에 갇힌 편협된 투표를 해서는 안된다. 듣기 좋은 일시적인 말(공약, 정책)이나 보여주기식의 그럴듯한 쇼(假飾)를 하는 사람 보다는, 평소 그 사람의 언행과 삶을 보고 지혜롭게 선택해야 한다. 위선에 속지 말고 차선(次善)이라도 선택해야 한다.

진정으로 국민과 주민을 위하여 봉사할 수 있는 정직하고 능력있고 성실한 봉사자를 뽑아야 한다.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자치단체장이든, 지방의회 의원이든 한 번 잘 못 뽑아 놓으면, 통제하기가 너무 어렵다. 투표를 진짜 잘 해야 한다. 총칼 보다 투표가 더 강한 것이 민주주의이다.

김윤호 주필

ihonam@naver.com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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