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SRF(가연성 생활쓰레기 고형연료) 열병합발전소에 투입되는 연료의 품질적합성을 따지는 정기검사 누락 문제로 관할 지자체와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오비이락' 격 조치로 고형연료 품질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 연료는 광주권 생활쓰레기를 압축해 만든 것으로 '비성형 고형연료'로 불린다. 현재 3만여t에 달하는 연료가 장성군 서삼면 복합물류센터 내 임시야적장에 보관 중인 가운데 지난 2019년 5월부터 침출수와 악취 민원이 제기됐었다.

18일 제보자 A씨에 따르면 지역난방공사가 지난 17일 오전 장성군 서삼면 복합물류센터 내 'SRF 임시야적장'에 살수차를 동원해 바닥을 씻어내는 물청소를 실시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이날 물청소는 강한 악취를 풍기는 시커먼 오염수가 고인 SRF 임시야적장 바닥을 비롯해 너트와 볼트로 단단하게 조여진 100m를 웃도는 배수로 덮개까지 모두 열어놓은 채 대대적으로 실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날 물청소는 '악취를 동반한 시커먼 침출수 유출' 민원을 접수한 나주시와 장성군의 불시 합동 점검이 실시 된지 불과 이틀 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난방공사 측이 침출수 증거 인멸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지역난방공사 관계자는 "당일 물청소는 침출수를 씻어내기 위해 실시한 것이 아니"라면서 "일부 제기된 민원에 대해 주변 환경 정리 차원에서 실시했고, 공사에서도 침출수 유출 의혹 해소를 위해 바닥 등에 고인 물을 채수해 공인된 검사 기관에 성분 분석을 의뢰했고, 차후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5일 오전 나주시와 장성군은 지자체 합동으로 장성 복합물류센터 내 SRF 임시야적장에 대한 불시 점검을 실시했다.

점검 당시 층층이 쌓인 SRF더미는 발전소로 운반하기 위해 방수포와 차광막이 걷힌 채 노출돼 있었고, 심한 악취와 바닥에는 육안으로 확인가능 한 시커먼 오염수가 빗물과 함께 섞여 배수로를 따라 흘러가는 장면이 확인됐다.

이날 나주시는 배수로 덮개를 걷어 내고 시커먼 오수를 시료로 채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역난방공사는 지자체 불시 합동 점검이 이뤄진 당일에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가 다음날인 지난 16일 보도자료(입장문)를 통해 '침출수가 아니다'고 강력하게 반박했다.

난방공사는 보도자료에서 "장성복합물류센터 야적장에 보관 중인 SRF는 수 겹의 베일(비닐 포장재)로 밀폐 포장했고 이를 쌓은 후 수분 침투를 막기 위해 방수포를 씌우고, 바닥에는 지면과 떨어지기 위해 팔레트를 설치해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침출수가 나올 수 없다"고 침출수 유출을 전면 부인했다.

또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자체가 법에 보장된 '환경 분야 지도·점검업무' 권한을 행사한 데 대해, 난방공사 측은 '강인규 나주시장 등이 사전 통보 없이 사유시설에 무단 침입했다'며 법적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을 함께 밝혔다.

지난 15일 현장 불시 지도 점검을 실시한 나주시 관계자는 "당시 현장에서 확인된 새하얀 SRF 포장지 겉면에 얼룩진 흔적과 팔레트에 가득 묻은 성분 미상의 오염물은 또 무엇이라고 설명할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나주시 관계자는 이어 "새하얀 상태를 유지해야 될 SRF비닐포장지가 심하게 얼룩져 있다는 것은 압축폐기물에 섞인 유기물이 고온에 부패하면서 미상의 물질이 밖으로 흘러내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기동취재본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