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10명 중 8명은 직장 내에서 집단 따돌림을 경험할 정도로 ‘직장 내 괴롭힘’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여성’이라는 이유로 탕비실 정리나 손님 응대 등 성 역할을 강요받는 성차별적인 ‘젠더 괴롭힘’도 여전하다. 부적절한 호칭, 연애 등 사생활 간섭, 외모 비하, 육아.출산에 대한 비난, 여성의 자립과 사회적 지위의 획득을 방해하는 등의 심각성이 있지만 현행법은 성희롱만 규율할 뿐,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규정은 따로 두고 있지 않고 있어 문제 해결이 어렵다. 이에 제재할 법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A씨(25세.여)는 어느 순간부터 팀에서 ‘커피 담당’이 됐다. 같이 일하는 상사가 휴식시간만 되면 A씨에게 “커피를 타 달라”라고 요구했다. 직장에서 상대적으로 어린 축에 속한다는 B씨는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당연하게 생각하는 게 못마땅하다”면서 “‘싫다’, ‘직접 타드시라’고 말하고 싶지만 상사와 얼굴 붉히기 싫어 내색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젠더 괴롭힘을 비롯한 직장 내 괴롭힘의 주된 원인은 경쟁적이고 권위적인 조직 문화다. 성별임금격차와 여성 저임금 노동자 비율, 유리천장지수 등은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할 정도로 한국에는 여성노동자를 차별하는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성별에 대한 불이익이 있는 조직일수록, 특정 성별을 선호하는 조직일수록 괴롭힘 피해자 비율이 여성뿐 아니라 전체 응답자 기준으로 높게 나왔다. 이는 성 평등한 조직 문화일수록 직장 괴롭힘의 피해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B씨(37세.여)는 “여성 직장인들은 입사 면접에서부터 차별을 받기 시작해 직장생활 내내 차별에 시달린다”며 “코로나19를 이유로 우선 해고를 당하는 ‘차별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여성이 입사와 업무 과정에서 겪는 차별적 대우를 해소하기 위해 채용절차법과 남녀고용평등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렇게 직장 내 괴롭힘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지만 현행 근로기준법으로는 예방과 구제에 있어 한계가 있다. 젠더 괴롭힘이나 장애, 종교, 인종 괴롭힘 사례는 현행 차별금지법으로 피해를 구제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국회 차원의 법 개정 작업은 지지부진하다. 이미 여러 차례 관련 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제대로 논의되지도 못한 채 국회에 잠들어 있다. 반면, 유럽, 일본 등에서는 이미 20년 전부터 법 제도 정비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 방지에 나섰다. 프랑스는 노동법과 차별금지법을 통해 직장 괴롭힘을 규율하고 영국은 ‘괴롭힘 금지법’을 제정해 고용관계에서 발생하는 괴롭힘 행위에 대해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은 직접 직장 괴롭힘을 규율하는 법은 없지만 민법과 노동기준법 등을 통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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