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얀마 대학살에 규탄 성명 밖에 할 일이 없는가
김윤호 주필입력 : 2021. 04. 04(일) 17:54
지난 2월 1일, 미얀마 군부는 미얀마의 실질적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구금 하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민 아웅 흘라잉 국방군 총사령관에게 권력을 이양시킨 군부 쿠데타를 일으켰다.
미얀마 전역에서 반군부 저항 운동이 벌어진 지난 두 달 새 가장 많은 희생자가 미얀마 군인의 날인 3월 27일 발생했다. 이날 군부 독재에 저항하기 위해 시위에 나선 시민들을 향해 군경이 무차별 총격을 가해 최소 114명이 목숨을 잃었다. 중부 지역 밍얀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군경이 우리를 새나 닭처럼 죽이고 있다. 우리의 집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군부가 무너질 때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날 수도 네피도에서 열린 ‘국군의 날’ 군사 퍼레이드에는 러시아, 중국,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베트남, 라오스, 태국 등의 대표단이 참석해서 군부와 우호를 과시했다. 특히 러시아에서는 알렉산더 포민 국방차관이 참여했다.
미얀마 군부의 폭력성은 극에 달하고 있다. 주택가에 총탄을 쏘아 5세 유아를 숨지게 하고 머리를 쏘는 조준 사격과 참수(斬首)도 서슴지 않는다. 시민 114명이 군경의 유혈 진압으로 숨지던 날, 군 장성들은 흰 제복에 나비넥타이 차림으로 파티를 했다.
2월 반군부 시위 이후 민간인 사망자는 550명이고 어린이도 43명이다. 미국이 미얀마와 교역협정을 중단하기로 했지만 미얀마 군부를 한 목소리로 압박하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는 아직 없다. 각국의 계산이 뒤엉켜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홀로 더 밀어붙이면 미얀마가 중국 편이 될까 걱정이다. 중국도 신(新)실크로드 전략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미얀마 군부와 척지고 싶지 않다. 미얀마가 가입해 있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은 다른 회원국들도 정치 상황이 혼란해 미얀마를 도울 처지가 못 된다. 날마다 수많은 시민이 죄없이 죽어가도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은 자기 나라 국익을 저울질하고 있고, 주변국가들은 제 코가 석 자여서 옆을 들여다 볼 겨를이 없다. 이것이 비정한 국제정세이다.
규탄의 목소리만 내는 국제사회 대응은 군부를 압박하는 효과가 없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상임이사국이면서 미얀마 군부에 우호적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결의안조차 채택하지 못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제76회 미얀마 군인의 날은 테러와 불명예의 날로 기록될 것이다. 어린이를 포함한 비무장 시민들에 대한 학살은 옹호할 수 없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미얀마의 한 시민이 트위터에 ‘미얀마를 구하라’ ‘여성과 어린이를 그만 죽여라’ ‘우리는 R2P가 필요하다’는 팻말을 올렸다. 유엔의 ‘보호책임(Responsibility to Protect)’을 일컫는 R2P를 통해 국제사회에 도움을 촉구하고 있다. R2P는 국가가 집단학살, 전쟁범죄, 인종청소, 반인류 범죄 등 4대 범죄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할 책임을 뜻한다. 이 보호책임을 이행 못 하는 국가가 있다면 국제사회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개입할 수 있다는 국제정치 개념이다.
2005년 유엔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이래 2007년 케냐 인종학살, 2011년 리비아 내전 등에 유엔이 나선 전례가 있다. 그래서 민간인을 학살하고 있는 미얀마 군부의 반인류 범죄에 R2P를 적용하자는 주장이다. 3월 31일 열린 긴급 유엔 안보리가 R2P를 적용해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 또는 회복’하기 위한 무력행사를 허용하는 유엔 헌장 제7장의 발동을 논의조차 못했다. 심지어 중국의 반대로 규탄 성명 발표도 못했다. 현재 유엔은 ‘식물유엔’이 되어 있다.
군부와 대치하고 있는 미얀마 민주진영 인사들이 구성한 임시 정부인 미얀마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가 소수 무장세력들과 손잡고 ‘국가통합정부(National unity government)’를 수립했다. 군부와 카렌 민족해방군 등 무장세력 간의 국지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내전(內戰)으로 돌입할 가능성도 있다. 소수민족 무장반군인 카렌민족연합(KNU)은 태국 국경 지역에서 미얀마군 초소를 습격해 10명을 사살하고, 미얀마군 전투기는 카렌족 마을을 공격해서 민간인들을 죽였다.
우리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광주시민들을 총칼로 학살했던 1980년 5·18민주화운동을 겪었기에, 미얀마 시민 학살에 엄청난 분노와 강고(强固)한 연대를 보낸다. 1950년 6월부터 3년 간, 전 국토가 초토화되는 동족 상잔(相殘)의 참극을 겪었기에, 내전으로 가고 있는 미얀마를 걱정한다. 우리 정부는 여행 경고지역 지정과 교민 철수 대책 수립 밖에 할 일이 없는 것인가. 세계 평화와 질서를 책임지고 있는 유엔은 결의안 하나도 채택 못 하고 언제까지 무자비한 학살을 수수방관만 하는 식물유엔으로 남을 것인가. 유엔 사무총장이 즉각 현장으로 달려가서 군부 실세를 만나서 학살을 멈추게 할 수는 없는 것인가. 난세(亂世)에 영웅이 난다. 고난에 처한 미얀마를 구하고 방황하는 인류를 구원할 진정한 영웅은 아직 오지 안했나 보다.
김윤호 주필
미얀마 전역에서 반군부 저항 운동이 벌어진 지난 두 달 새 가장 많은 희생자가 미얀마 군인의 날인 3월 27일 발생했다. 이날 군부 독재에 저항하기 위해 시위에 나선 시민들을 향해 군경이 무차별 총격을 가해 최소 114명이 목숨을 잃었다. 중부 지역 밍얀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군경이 우리를 새나 닭처럼 죽이고 있다. 우리의 집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군부가 무너질 때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날 수도 네피도에서 열린 ‘국군의 날’ 군사 퍼레이드에는 러시아, 중국,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베트남, 라오스, 태국 등의 대표단이 참석해서 군부와 우호를 과시했다. 특히 러시아에서는 알렉산더 포민 국방차관이 참여했다.
미얀마 군부의 폭력성은 극에 달하고 있다. 주택가에 총탄을 쏘아 5세 유아를 숨지게 하고 머리를 쏘는 조준 사격과 참수(斬首)도 서슴지 않는다. 시민 114명이 군경의 유혈 진압으로 숨지던 날, 군 장성들은 흰 제복에 나비넥타이 차림으로 파티를 했다.
2월 반군부 시위 이후 민간인 사망자는 550명이고 어린이도 43명이다. 미국이 미얀마와 교역협정을 중단하기로 했지만 미얀마 군부를 한 목소리로 압박하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는 아직 없다. 각국의 계산이 뒤엉켜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홀로 더 밀어붙이면 미얀마가 중국 편이 될까 걱정이다. 중국도 신(新)실크로드 전략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미얀마 군부와 척지고 싶지 않다. 미얀마가 가입해 있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은 다른 회원국들도 정치 상황이 혼란해 미얀마를 도울 처지가 못 된다. 날마다 수많은 시민이 죄없이 죽어가도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은 자기 나라 국익을 저울질하고 있고, 주변국가들은 제 코가 석 자여서 옆을 들여다 볼 겨를이 없다. 이것이 비정한 국제정세이다.
규탄의 목소리만 내는 국제사회 대응은 군부를 압박하는 효과가 없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상임이사국이면서 미얀마 군부에 우호적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결의안조차 채택하지 못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제76회 미얀마 군인의 날은 테러와 불명예의 날로 기록될 것이다. 어린이를 포함한 비무장 시민들에 대한 학살은 옹호할 수 없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미얀마의 한 시민이 트위터에 ‘미얀마를 구하라’ ‘여성과 어린이를 그만 죽여라’ ‘우리는 R2P가 필요하다’는 팻말을 올렸다. 유엔의 ‘보호책임(Responsibility to Protect)’을 일컫는 R2P를 통해 국제사회에 도움을 촉구하고 있다. R2P는 국가가 집단학살, 전쟁범죄, 인종청소, 반인류 범죄 등 4대 범죄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할 책임을 뜻한다. 이 보호책임을 이행 못 하는 국가가 있다면 국제사회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개입할 수 있다는 국제정치 개념이다.
2005년 유엔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이래 2007년 케냐 인종학살, 2011년 리비아 내전 등에 유엔이 나선 전례가 있다. 그래서 민간인을 학살하고 있는 미얀마 군부의 반인류 범죄에 R2P를 적용하자는 주장이다. 3월 31일 열린 긴급 유엔 안보리가 R2P를 적용해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 또는 회복’하기 위한 무력행사를 허용하는 유엔 헌장 제7장의 발동을 논의조차 못했다. 심지어 중국의 반대로 규탄 성명 발표도 못했다. 현재 유엔은 ‘식물유엔’이 되어 있다.
군부와 대치하고 있는 미얀마 민주진영 인사들이 구성한 임시 정부인 미얀마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가 소수 무장세력들과 손잡고 ‘국가통합정부(National unity government)’를 수립했다. 군부와 카렌 민족해방군 등 무장세력 간의 국지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내전(內戰)으로 돌입할 가능성도 있다. 소수민족 무장반군인 카렌민족연합(KNU)은 태국 국경 지역에서 미얀마군 초소를 습격해 10명을 사살하고, 미얀마군 전투기는 카렌족 마을을 공격해서 민간인들을 죽였다.
우리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광주시민들을 총칼로 학살했던 1980년 5·18민주화운동을 겪었기에, 미얀마 시민 학살에 엄청난 분노와 강고(强固)한 연대를 보낸다. 1950년 6월부터 3년 간, 전 국토가 초토화되는 동족 상잔(相殘)의 참극을 겪었기에, 내전으로 가고 있는 미얀마를 걱정한다. 우리 정부는 여행 경고지역 지정과 교민 철수 대책 수립 밖에 할 일이 없는 것인가. 세계 평화와 질서를 책임지고 있는 유엔은 결의안 하나도 채택 못 하고 언제까지 무자비한 학살을 수수방관만 하는 식물유엔으로 남을 것인가. 유엔 사무총장이 즉각 현장으로 달려가서 군부 실세를 만나서 학살을 멈추게 할 수는 없는 것인가. 난세(亂世)에 영웅이 난다. 고난에 처한 미얀마를 구하고 방황하는 인류를 구원할 진정한 영웅은 아직 오지 안했나 보다.
김윤호 주필ihonam@naver.com
|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 |
